죽음을 앞둔 이와 가족·지인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로써 임종실 부족으로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불편이 해소되고, 사회 전반에 존엄한 죽음의 문화가 확산하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호스피스 의료를 통해 임종실을 운영해온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계 병원들도 정부 방침에 맞춰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생애 말기 존엄한 마무리를 위해 임종실에 대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의료법 개정으로 8월 1일부터 300병상 이상을 갖춘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1개 이상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임종실 1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간 상급종합병원 임종실을 이용 시 43만 6000원이 들었다면, 앞으로는 8만 원(입원환자 본인 부담률 20 기준)만 내면 된다. 10만 6000원이던 요양병원은 3만 6000원으로 내린다.
이번 조치로 임종실 설치 병원은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현행법은 입원형·자문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에만 1개 이상의 임종실을 설치하도록 해왔다. 지금까지 임종실이 설치된 곳은 종합병원 81곳, 요양병원 7곳 등 88곳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260여 곳의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이 임종실을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또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팀 단위 돌봄이 활성화되도록 ‘임종관리료’ 같은 보상도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가 내년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급속한 고령 인구 증가로 임종 순간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련 수가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도 정부 방침에 맞춰 다각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의료원 측은 “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이후 아직 세부고시가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설 기준과 운영 형태가 결정되고 영향 평가가 가능해지면 상세한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신체·정서·사회·영적 돌봄을 통해 임종을 앞둔 환자가 존엄을 유지하며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도록 다수의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병동 내에 임종실을 별도로 두고 존엄한 죽음의 문화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987년 국내 최초로 강남(현 서울)성모병원에 호스피스과를 신설했다.
한편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75.4는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존엄한 죽음을 위한 별도 공간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 임종 직전에 이르러서야 처치실로 옮겨지거나 다인실에서 가림막을 친 상태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임종 직전 당사자와 가족·지인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