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이를 낳아도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는 아내의 제안에 고민이라는 남편의 사연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혼모 지원금을 타내려고 했던 건데, 사연은 다르지만 혼인신고를 늦추려는 이런 부부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 2년 차인 남성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임신 5개월째인 아내가 출산 후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고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쓴 남성은 아내가 "미혼모 지원금을 받기 위해 주변에서도 혼인신고를 잘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아내도 그렇게 하고 싶어해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는 한부모 가정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에너지 이용료를 감면해 주거나 문화누리, 스포츠 바우처를 제공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하고 2년이 지나서야 혼인신고를 하는 '지연 혼인신고'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5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건수가 5천2백 건을 넘기도 했습니다.
또 2020년 7천 명을 밑돌던 혼인 외 출생아 수도 재작년엔 만 명 가까이까지 늘었습니다.
그간 혼인신고를 늦추는 이유로는 세금 감면이나 청약 기회,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거짓으로 한부모 가정의 혜택을 누리려는 데도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 혼인을 미루는 젊은이들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게 실제 도움이 필요한 미혼부모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미혼부모기금위원장>
"일시적으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데, 그야말로 미혼모는 사회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고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에 미혼모가 된 케이슨데 그 사람들에게 가야 할 권리 혜택을 뺏어가는…"
일부 부모들의 양심을 거스르는 선택이 혼인의 가치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