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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폐업의 시대, 자영업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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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의 길은 이렇다고 합니다. 창업을 하면 사람들은 드디어 사장님 소리 듣게 되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입니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4·50대에 일찍 회사에서 나와서 먹고살기 위해 창업을 시작한 이들입니다. 전체 자영업자 560만여 명 중 60살을 넘은 자영업자만 2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자영업 사장님 3명 중 1명은 환갑을 넘겼습니다.

회사를 나와 아무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기에, 대부분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창업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나만 창업한 게 아니었습니다. 치킨집 옆에 치킨집, 편의점 옆에 편의점입니다. 

그런 상황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가게보다 더 싸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수익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도 결국 은행 대출금과 프랜차이즈 로열티로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최근에는 임대료 상승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까지 겹쳤으니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가게 유지만 해도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또 다른 빚을 지며 대출금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게 버티다 버티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하고 폐업하게 됩니다.

그렇게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재작년과 비교해 12만 명 늘어나 2006년 통계작성 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IMF 이후 최고라는 말입니다. 자영업 폐업률은 2023년 기준 10에 달해 전체 자영업 10곳 중 한 곳이 매년 폐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도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자영업을 서민 경제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지금 서민 경제가 몰락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폐업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와 고물가입니다. 창업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심각합니다. 개인 사업대출자 50가 다중 채무자입니다. 자영업자 절반은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다중 채무자이며 저소득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0를 웃도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치솟기만 하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로열티까지. 아프니까 사장이 아니라 사장님은 지금 죽어서 지옥에 있습니다.

최근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와 점주들의 갈등에는 이런 자영업 몰락이 배경에 있습니다. 자영업 사장님들은 최저임금 1만 원 받는 알바생 때문도, 많은 운임을 받는 배달 라이더도 아닌, 자영업 몰락에는 더 큰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개인 사업 대출에 낮은 기술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하지만 결국 돈은 자영업 사장님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프랜차이즈 본사뿐만 아니라 건물주, 정부, 배달 플랫폼을 향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가득합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기업들의 정보 독점 또는 갑질과 군림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정치권도 혐오와 증오의 갈라치기 싸움 그만하고 민생을 살펴야 합니다. 허울뿐인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지금 아프다고 소리치는 이들 곁에 교회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폐업의 시대, 자영업의 몰락 >입니다. 아프니까 자영업 사장이 아닌 자영업 사장이기에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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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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