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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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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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가 많이 나는 커플이 늘어나고 연상연하 커플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이들의 나이 차는 열 살을 넘어 스무 살 이상인 경우도 있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고 나이로 인한 현실의 장벽은 낮아진다. 두 사람이 사랑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대상이 아동, 청소년, 성인과의 사랑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 중심 성문화에서 나이 어린 여성들은 가치 있고 예쁘다고 해석되거나, 좀 더 어린 여성들과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남성들은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유엔에서는 여성차별철폐조약에 따라 가입국의 경우 아동결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조혼이 관습으로 남아 있다. 부모들은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여아들을 중년 또는 노년의 남성과 결혼시킨다. 여아들의 인권유린적 현실과 더불어 부모들의 태도는 공분을 자아낸다.


하지만 딸을 학교에 보내지도 못하고 여성에게 정숙함을 요구하는 보수적인 성규범과 함께 가난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실을 개인의 무지라고만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아들은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하고 임신, 출산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하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결혼생활은 존중받지 못하고 경제적, 연령의 우위에 있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불평등한 관계에서 상처받기 쉽다.


영화 ‘프리실라’(소피아 코폴라 감독, 2024)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와 아내이자 유일한 사랑이라는 프리실라와의 관계를 다뤘다. 이 영화는 극 영화이지만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를 참조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프리실라는 중학생 때에 팬으로서 엘비스를 만났다. 그녀의 첫사랑은 결혼으로 맺어졌지만 이들의 관계는 낭만적이지 못하다. 친구들이 학업에 몰두하고 꿈을 갖고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보낼 때, 그녀는 우상이었던 엘비스의 구애를 받았고 그를 사랑한다고 믿고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이후 그녀는 남편의 외도와 폭력, 거짓말로 상처받고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곁을 떠난다. 이러한 선택이 쉽지 않은 것은 그녀의 사랑이 그루밍 성폭력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신에게 의존하게 하면서 길들이고 무력화시키고 지배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폭력은 존경과 신뢰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즉, 연령, 경제적, 지적으로 취약한 아동, 청소년과 심리적 유대를 형성한 후 성적 가해를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를 폭력으로 인지하기는커녕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루밍 성폭력은 교사와 학생, 성직자와 신자,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또한 디지털 공간에서 성인 남성과 아동, 여성 청소년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성폭력은 오프라인으로 연동되며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여성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성인 남성과의 관계를 사랑으로 해석하면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어린 여성들을 선호하고 이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는 여성 청소년의 성적 피해와 고통을 간과해 왔다. N번방 사건 이후 여성 청소년의 위치를 고려해 만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과 성인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됐다.(‘청소년성보호법’ 8조 2항 참조)


그러나 남성 중심 성문화에서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여성 청소년이 성폭력에 취약한 구조를 인식하고 이들의 고통과 피해를 예방,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들의 인권이 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적 처벌을 넘어서서 여성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거래하는 남성 중심 성문화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요구된다.



글 _ 이동옥 헬레나(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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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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