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사고 혹은 질병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모음집이다. 이 가운데에는 ‘자신의 몸’을 잃어버린(혹은 잊어버린) 한 환자가 나온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는 병으로 뇌 신경을 상실하면서 ‘몸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육체는 존재하지만, 이 몸이 자기 것임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육체를 잃어버린 그는 물건을 집을 수도, 제대로 걸을 수도 없게 된다. 저자는 이를 ‘존재의 상실감’이라고 표현한다.
책에서 만났던 ‘특이한 사례’를 현실에서 접한 건 한 본당에서였다. 그 본당에서 만난 한 신자는 소속 공동체가 겪는 청년 부족 문제에 대해 “공동체가 청년을 마주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다”고 표현했다. 마치 교회가 지체인 젊은이들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의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40대 초반인 그는 사회에서는 중년 취급을 받지만, 본당에서는 청년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역시 20·30대 청년이나 그보다 어린 청소년을 만날 때면 당혹스럽다고 한다. 특히 그는 청년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본당 봉사자로 활동하는 한 어르신은 청년들과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한 몸이신 주님 안에서 그분 지체인 모두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본당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다시 몸을 잃어버린 환자를 떠올렸다. 그는 결국 자신의 몸을 되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절박하게 눈에 보이는 저 육체가 ‘내 몸’이라고 주입해도 감각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청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지만 ‘감각’을 깨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 겹치는 대목이다.
다만 모두가 청년이 부족한 절박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책 속 환자 역시 감각은 되찾지 못했지만 눈으로 몸을 확인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의식으로 감각을 대신한 것이다. 공동체 역시 의식적으로 청년을 마주하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