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를 입학한 청년 김문수는 청춘을 거리에 바쳤습니다. 말 한 번 잘못하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던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청년들에게 민주화운동의 대부가 김근태였다면 청년 노동운동의 대부는 김문수였습니다. 80년대 초반. 수배자로 숨어 지내던 천주교 시설에서 받았다는 세례명 ‘모세’는 청년 김문수가 누구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노동해방을 외치던 청년 김문수의 입에서 ‘애국’과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건 벼락같은 일이었습니다. 소련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는 김문수는 김영삼 정권의 민자당에 입당합니다. 연옥을 통과하는 고통이라고 표현한 전향 이후, 중년의 김문수는 3선의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가 됩니다. 교회의 ‘4대강 사업’ 반대를 “물통” 운운하며 “선동”이라고 말한 것도 그맘때였습니다. 그 후 김문수 지사는 다시 거리로 나서는 데 이번에는 태극기 부대입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는 곳이면 김 지사는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보수 유튜버들이 요청하면 기꺼이 출연해 그들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박근혜 탄핵 반대’를 말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라고 했습니다. 전광훈 목사와 손을 잡고 ‘자유대연합’이라는 정당을 창당하기도 했습니다. “파업에는 손해배상 가압류가 특효약”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런 김 지사를 이제 노동부 장관 후보로 만납니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를 “노동개혁의 적임자”라고 했습니다. 김 후보자도 노동개혁을 성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노동 인사 참사”라며 “김문수를 앞세운 노동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김문수의 노동부 장관 지명을 보면서 시민들이 받는 느낌은 혼란입니다. 노조를 만들겠다며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던 청년 김문수와는 너무 달라진 지금의 김 후보자를 보는 마음은 혼란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의 비극인지 아니면 선구자의 깨달음인지는 몰라도, 청년 김문수와 지금의 김문수는 너무나 다릅니다.
여기에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듯한 혼란도 있습니다. 예술마저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국가 상징물로 광화문 한복판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겠다는 서울시장, 그리고 김 후보자까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2024년 대한민국의 모습인지 아니면 유신체제 7·80년대의 모습인지, 시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혼란이 벌어지는 근본에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카르텔 운운하며 노동조합을 범죄자 취급하던 윤 대통령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자유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윤 대통령입니다. 채 상병사건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료 개혁까지, 풀리지 않는 국정을 ‘때려잡자 노동조합’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런 모습에 대통령이 ‘보수 유튜브만 본다’는 세간의 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어느 한편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김문수가 돌아온다> 입니다. 혼란스러운 국정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