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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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평화칼럼] 내 마음의 잡초 뽑기

이상근 마태오(미국 테네시 오크릿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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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던 시절 미국 주택에서의 삶을 상상했을 때, 잔디를 깎고 화단을 가꾸는 그런 삶을 떠올렸었다. 그 막연한 상상이 미국에 살게 되면서 현실로 이루어졌다. 상상한 것과 실제는 매우 비슷했지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잔디밭과 화단을 보기 좋게 유지하는 일이 생각처럼 여유롭고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도 여름에 접어들고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봄에 머리를 내밀던 초록 싹들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푸르름을 잃고 갈색이 되었던 잔디밭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화단의 여러 나무들도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긴장을 푸는 순간 마당과 화단은 정글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잔디밭을 매일 둘러보았다. 잔디도 싹을 틔우고, 나무들의 이파리도 푸르러지지만, 유독 생기있게 자라는 것이 바로 정체불명의 잡초들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잡초와의 전쟁이구나 하며,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보이는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다. 특히 화단에 나고 있는 잡초들이 문제였다. 누가 봐도 제자리가 아닌 곳에서 정체불명의 식물들이 화단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는데, 아무리 뽑아도 신기하게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그만큼의 잡초가 자라 있어 매일 뽑아야만 했다. 매일매일 관리에 들어가자 화단은 어느 정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 가족이 여름휴가 기간 3주 동안 집을 비운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갑자기 매일 잡초를 뽑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휴가를 준비하다 보니 화단의 잡초는 내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그동안 관리하던 화단이 조금 지저분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자 그마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휴가를 떠났다.

그런데, 아뿔싸! 휴가가 끝나고 돌아온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정글이 되어버린 화단이었다. 꽃들이 정체불명의 식물 더미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수습하려고 전에 하던 것처럼 매일 출근 때마다 잡초를 뽑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휴가에서 돌아와 며칠 동안 혼자 해결해보려고 여름 뙤약볕에 씨름해 보았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수습이 어려웠다. 결국 정원을 관리해주는 회사를 불러 돈을 쓰고 이런저런 뒤치다꺼리를 한참 하고 나서야 정원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잡초가 자라나는 화단과 잔디밭이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신앙과 양심을 돌이켜볼 때는 눈에 더 크게 띄고 뽑아버리고 싶은 잡초 같은 죄들이,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세상을 마음대로 살 때는 보이지 않다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정글처럼 자라나 혼자서는 더 이상 수습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때가 많지 않았던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정원을 관리해주는 회사를 부른 것처럼, 우리가 사제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청할 수 있다는 것, 가톨릭 신앙을 가진 우리에게 주어진 정말 큰 은총이다. 집 화단도 화단이지만, 마음의 화단이야말로 정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김에 고해성사를 보고 나니 마음속이 다시 화사해진 기분이었다.

그게 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집 화단에는 아직도 잡초가 머리를 내밀고 있고, 나는 매일 아침 잡초를 뽑아야만 한다. 마음의 화단도 똑같다. 그래서 잡초를 뽑을 때마다 마음속에 새로 싹을 틔운 뽑아야 할 잡초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마음의 화단이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정원이길 기도로 청하면서 내 마음의 잡초도 함께 뽑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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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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