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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꼭 쥐고 기다리는 ‘숨은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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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요양 사목 현장 중 한 곳을 다녀왔다. 7월 17일 방문한 지역 요양원에선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어르신뿐 아니라 거동할 수 없고 의사소통마저도 어려운 어르신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어르신은 사제의 축복을 받는 와중에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분들이 가족마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신자라는 것도 알려지지 못한 채 ‘숨은 그리스도인’으로 요양원에 있어야 한다. 언젠가 세례를 받아 명백한 인호가 새겨져 있을 텐데도 교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임종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신체 어느 부분이 아픈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데 ‘나는 신자라서 사제를 만나고 싶다’는 표현을 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한 어르신이 신자라는 건 묵주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마치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 묵주를 손에 꼭 쥔 어르신은 사제가 축복할 때는 가만히 눈을 감기도 했다. 뇌경색이 온 어르신이다. 요양원에서 신부님이 오신다니 쥐여준 것일 수도 있지만,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니 분명 사제가 왔다는 것을 알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요양 사목이 없었다면 아마 사제의 축복 없이 그저 묵주만 꼭 쥐고 앉아 있었을 수도 있다.


어르신들이 비록 본당에서 활동할 수는 없어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맺어진 한 가족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 사제가 왔을 때만큼은 초롱초롱한 그들의 눈빛은 어르신들이 얼마나 그 순간을 기다렸는지를 말해준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요양기관에 이런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본당 혹은 교구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신자 개인적 차원에서도 말이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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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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