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흔해서 그런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자살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과 교사, 생활고에 시달리던 서민,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청소년 등 거의 매일 같이 쏟아지는 자살 소식에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무심한 듯 넘어가는 자살이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살 시도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자살한 사람이 지난해보다 10 증가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입니다. 코로나 기간이었던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 사망자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세웠지만 자살자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일 35명이, 1시간에 1.5명이 자살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입시반을 시작하는 한국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의 긴 노동시간은 여전합니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경쟁으로 낙오자가 되면 사회에서 매장이 됩니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노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우리입니다. 각자도생하는 나라의 국민은 극도의 정신적 갈등과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갈라질 때로 갈라진 정치가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도 하기 싫다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절반을 넘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한국전쟁과 같은 내전 상태라는 말이 과장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선과 악의 대결로 국민을 갈라놓습니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선거기간 사생결단으로 싸우지만 결국 그들만의 권력다툼일 뿐입니다.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자살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에 개인적 자살은 없습니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살은 어느 한 곳만 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교육과 지자체, 보건기관까지, 자살 관련 모든 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공동체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OECD 꼴찌인 나라입니다. 여기에 자살률 1위까지,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가 자멸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성공 공식이 이제는 맞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빠르게 가려면 혼자 가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출산율 꼴찌 나라에서 자살률 1위>입니다. 생명이 살지 못하는 땅이 아닌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