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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반나치 활동으로 희생된 사제를 통해 본 ‘선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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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대학원에 다닐 때, 한 교수가 한번은 그 유명한 ‘악의 문제’(Evil of Problem)를 주제로 토론을 이끌었다. 이는 만일 신이 언제나 선하고 전지전능하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고통과 잔혹성, 악의를 설명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 교수는 이 주제로 토론하게 돼 기쁘다고 말하면서 우리를 ‘악의 문제’만큼이나 당혹스럽게 하지만 악의 문제만큼 논의되지는 않는 ‘선의 문제’(Problem of Good)라는 주제도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는 만일 우리가 죄에 빠진 세상에 살고 있고 우리 모두가 죄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면, 그럼에도 영웅심과 용기, 희생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특히 세상이 분명히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후로 이 문제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이탈리아 북부 투스카니 지방의 루카에서 열린 작은 예식이 이 문제를 다시 상기시켰다. 이날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테오 주피 추기경은 루카대교구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에 의해 살해된 28명의 사제와 수도자들을 기념하는 현판식을 주례했다. 이들은 독일 점령 시기 유다인을 비롯해 레지스탕스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는 죄목으로 사형됐다.


당시 루카 지역 인구는 8만여 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놀랄 만큼 많은 사제와 수도자들이 불과 12개월 동안 죽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루카 지역은 1943년 9월 독일에 점령됐고, 1994년 9월 연합군에 의해 해방됐다.



루카 지역에서 있었던 많은 이야기 중에 당시 32살이었던 알도 메이 신부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메이 신부는 1944년 8월 4일 총살됐는데, 당시 죽은 마지막 사제였다. 메이 신부는 그해 8월 2일 한 유다인을 숨겨줬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기록을 보면, 메이 신부는 아돌포 크레미시라는 젊은 유다인을 그의 거처에 숨겼다.


그는 짧은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됐고 사형이 선고됐다. 나치는 당시 루카대교구장 안토니오 토리니 대주교가 메이 신부를 만나는 것을 막았고 메이 신부는 성사도 받지 못했다. 체포되고 사형이 집행되기까지 48시간 동안 나치는 레지스탕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를 고문했다.


무섭게도 꼼꼼했던 나치의 기록에 따르면, 그해 8월 4일 오후 10시, 나치 친위대원과 독일군은 메이 신부를 사형장으로 데리고 갔고, 메이 신부에게 직접 그의 무덤을 파게 했다. 그리고 총 28발을 쐈다. 목격자들은 메이 신부가 죽으면서도 사형을 집행했던 군인들을 용서하고 축복했다고 전했다.


메이 신부는 죽기 직전 부모에게 몇 글자 남기는 데 성공했다. 종이봉투 뒷면에 글을 남기고 자신의 성무일도 책에 숨겼다. 다음은 그가 부모에게 남길 글이다.


“저는 증오라는 어두운 폭풍에 압도되어 죽습니다. 저는 오직 사랑을 위해 살길 바랐습니다.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영원하십니다. 사랑도 영원합니다. 저는 저를 죽이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죽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횡포를 부리며 세상을 망치는 증오의 희생양으로 죽습니다. 제가 죽어 사랑이 승리하길 바랍니다.”


메이 신부는 또 부모에게 자신의 세 가지 죄목을 알렸다. 유다인을 숨겨준 것과 반나치 레지스탕스에게 성사를 준 것, 그리고 라디오를 갖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쪽지에 다른 편지들과 똑같이 ‘불쌍한 알도 메이 신부, 피아노(Fiano)의 자격 없는 사목자’라고 서명을 남겼다.


루카 외곽 피아노의 성 베드로 성당은 지금까지 메이 신부가 총살 당할 때 입고 있었던 피 묻은 셔츠와 함께 그의 비레타, 그가 썼던 안경을 유리 상자 안에 보존하고 있다. 독일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던 당시 약 400명의 사제와 수도자가 죽었다. 대부분 메이 신부와 같은 이유였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홀로코스트 당시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대한 논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메이 신부의 이야기는 가톨릭교회와 관련해 ‘선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담아내고 있다.


교회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려는 사람들은 ‘선의 문제’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메이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세대에 걸쳐 악에 대항한 일은 ‘선의 문제’ 논쟁에서 피할 수 없는 논거가 될 수 있다. 루카에서 조용하게 치러진 이 예식은 작은 상자 안에 큰 물건(Multum in Parvo)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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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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