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로 공식 확정됨에 따라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은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해리스는 여성 후보로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인종·다종교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최초의 후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미 대통령은 ‘프로테스탄트 교도 백인 남성’이라는 전통 또는 묵시적 합의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다. 1961년 가톨릭 신자 존 F. 케네디(제35대)와 2009년 아프리카 혈통의 버락 오바마(제44대)가 전통을 깨고 백악관 주인이 됐다.
남아시아계 흑인 대통령 탄생할 수도
만일 해리스가 당선되면 최초의 남아시아계 흑인 대통령이 된다. 해리스는 인도계 흑인이다.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첸나이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힌두교 가풍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이웃 주민의 권유로 개신교회에 다니다가 성인이 돼서는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침례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그의 남편 더그 호프는 어릴 때 개혁파 시나고그(유다교 회당)에 다닌 경험이 있는 유다인 혈통이다. 해리스 부부는 힌두교 빛의 축제 ‘디왈리’와 유다교 명절 ‘하누카’ 때면 함께 촛불을 켜고 기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실베이니아대 종교학과 안테아 버틀러 교수는 가톨릭 매체 NCR과의 인터뷰에서 “해리스의 다종교 정체성은 미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지도”라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종교적 혈통이 하나인 젊은이가 사라져가는 미국의 현실을 해리스가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버틀러 교수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스스로 다른 종교적 정체성을 선택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배우자와 결혼해 교류하면서 종교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엘론대학 종교·사회연구센터 브라이언 페닝턴 소장은 강의실에서 하나의 종교 전통을 가진 학생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자신의 영적 사상과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도 다인종·다종교 환경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택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 역시 다인종·다종교 환경이 매우 익숙하다. 어릴 때 개신교회에 다녔던 밴스 의원은 한동안 무신론자로 살다가 2019년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는 가톨릭 신자가 된 후 자신의 저서와 방송 인터뷰에서 신앙 고백적 이야기를 많이 털어놨다. 더구나 2014년 인도 이민자 2세인 힌두교도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자녀 세 명이 있다. 그의 부인 우샤 밴스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남편이 어떻게 가족의 채식 식단에 적응했는지, 또 어떻게 가톨릭 신앙을 더 강하게 키웠는지 언급했다.
미국에서 다인종·다종교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결혼한 미국인 10명 중 4명(39)은 다른 종교를 믿는 배우자를 선택했다. 또 결혼의 20는 다인종 결합으로 조사됐다. 1967년에는 그 비율이 3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의 다인종·다종교 상황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일부 백인 우월주의와 개신교 민족주의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달갑게 보지 않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