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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의 중고로운 평화나라] 논리에 맞는 말이면 무조건 해도 된다?

임홍택 유스토(「90년생이 온다」 저자 · 명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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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강연 갔을 때의 일이다. 강연이 끝나고 Q&A 시간에 해당 병원 원무팀 A팀장이 “병원의 구성원들은 환자의 목숨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당연히 업무에 있어서 엄격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을 일종의 강압으로 여기고 회사를 그만두고 상부에 신고한다고 협박하는 요즘 팀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에서 그 ‘요즘 팀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20대 신입사원 B씨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저한 논리에 입각하여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직원은 1대1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계약에 기초한 일만 제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믿었다.

그 과정에서 형평성이라는 관점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었다. 일한 만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기에 이를 뒤틀어서 자신은 ‘받을 만큼 일할 것이라고 철저히 생각해왔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공통업무를 자신이 맡는 것만큼 호구가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최근에 팀장이 TF(Task Force)팀을 맡기려고 했을 때, 부당한 일이라며 저항했다. 그러고는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저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팩폭’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말은 팩트 폭력(Fact+暴力)의 준말로, ‘반박할 수 없는 사실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준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 말은 선동과 날조가 판치는 시대에 사실 그 자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팩트에 맞는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논리에 맞는 말이면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개인적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참교육 썰’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주로 공공연히 잘못된 정보를 지적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종종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지며, 때로는 상대를 굴욕감에 빠뜨리거나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이 ‘내가 맞는 말을 하는데 왜 문제가 되냐’는 식으로 생각하며, 그 말이 전달되는 방식이나 타이밍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곤 한다. 이는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댓글 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맞는 주장을 펼치더라도, 그 표현 방식이 상대방에게 공격적으로 느껴지거나 비판적으로 전달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들며 ‘여기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상대방에게 전하는 감정적 영향이나 사회적 맥락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뤄진다면, 이는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단순히 논리적으로 맞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말을 거침없이 해도 된다는 생각은 더 나아가 사회적 조화와 화합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진실된 말일지라도 그 전달 방식이 반드시 폭력적일 필요는 없다. ‘진실을 전한다’는 것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면죄부를 함께 쥐어주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그저 진실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옳은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 말을 전달하는 타이밍은 물론 이 말을 전달하는 사람의 말의 톤 또한 중요하다. ‘잔혹한 진실도 우리의 노력으로 친절하게 전달될 수 있다’. 왜 친절해야 하냐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사처럼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한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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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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