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우리 생활상과 교회 모습들이 담긴 사진 2000여 점이 새로 공개됐다. 12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한국교회사연구소가 공동 조사해 내놓은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도록을 통해서다.
도록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20세기 초 한국의 모습은 1911년, 1925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던 노베르트 베버 총아빠스와 선교사들이 남긴 귀중한 자료들이다. 건립 초창기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내부 모습은 물론 전국 각지 한옥 성당, 갓을 쓰고 미사보를 두른 채 성당 마당에서 단체로 기념촬영을 한 신자들 모습, 새끼를 꼬아 짚신을 삼는 순박한 어르신까지.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우리의 과거를 다양한 모습으로 소환한 희귀본들이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많은 이의 노력으로 지켜 온 우리의 사료들은 작은 것 하나까지 대물림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 교회사 안에서 빛나는 선조들이 당시 펼쳤던 활동과 결연한 눈빛을 간직한 사진 등은 오늘을 사는 국민과 신자들의 마음에 다시금 복원돼야 한다.
베버 총아빠스가 렌즈로 포착한 사진에는 과거 조상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교사제들의 모습과 사찰 등 다양한 건축물들도 담겨 있다. 당시의 문화재 이력을 살필 수 있고, 이후 소실되거나 변형된 문화재들의 원형을 연구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
과거 외국 수도회 장상이 섬세한 시각으로 촬영했던 자료를 수도원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것을 기초로, 나라 밖 우리 유산을 보존·발굴하는 재단과 우리 교회가 합작해 결실을 본 이같은 성과가 교회 안팎 우리 역사를 연구하는 모두에게 기록을 넘어 보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