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프란치스교 교황 방한 10주년이자 124위 시복 10주년의 해다. 신앙 선조들의 순교 영성을 토대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복식을 거행한 것은 한국교회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영광의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 한국교회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교황 방한 이후 반짝 올랐던 신자 증가율은 답보 상태에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받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회복이 더디다. 젊은 층 중심의 탈종교화 현상도 경종을 울린다. 복자들의 순교지가 성지로 조성되고 교황 방한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도 마련됐지만, 시복의 환희와 기쁨은 과거의 기억으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 주교단은 8월 16일 ‘124위 복자 시복 10주년 기념 담화’를 발표하고, 올해를 복자들의 시성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윤지충 바오로 등 복자 3명의 유해가 지난 2021년 발견된 것 또한 시성을 위한 현양운동의 때가 무르익은 표징이자 하느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며 순교 복자 시성을 위한 기도에 힘써줄 것을 청했다.
230년 만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복자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순교자들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한 교황의 10년 전 시복식 강론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신앙 선조들의 신앙과 지조, 삶의 모범이 곧 우리들의 것이 되도록 애쓰는 것이 참된 의미의 현양일 것이다. 순교자들이 남긴 신앙의 유산을 충실히 이어받아 오늘의 교회와 사회에 전할 수 있도록 다짐과 결심을 새롭게 해야 할 시복 10주년이다. 124위 복자의 시성이라는 열매를 맺어 한국교회가 하느님 보시기 좋은 교회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