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에 걸친 수단 내전 종식을 위한 휴전 논의가 시작됐지만, 수단에 머물고 있던 마지막 선교사마저 철수하는 등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15일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무력 충돌 이후 계속된 유혈 사태가 여전히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수단 말라칼교구장 시티븐 뇨도 아도르 마즈윅 주교는 14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쟁에 전국적인 기근까지 겹치면서 수단은 물론 전쟁을 피해 남수단으로 넘어온 많은 이들마저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하루 빨리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즈윅 주교의 우려처럼 수단 주민들은 식량 부족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에 따르면,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사이 16개월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최대 15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단 인구의 절반 가량인 2500만 명은 만성적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1000만 명 이상이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났다. 여기에 준군사조직은 물론 정규군인 수단 정부군 모두 피란민을 돕는 활동가를 공격하거나 난민에게 전달돼야 할 식료품·생필품을 약탈하는 전쟁범죄를 자행하면서 수단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인도적 위기는 수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수단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마즈윅 주교는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교회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기근과 홍수가 이어지며 남수단 역시 이들을 수용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분쟁 악화 속에 수단에 남아있던 마지막 선교사들마저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즈윅 주교는 “수단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전쟁 발발 후에도 수도 하르툼에서 선교를 이어가던 수도자와 사제 6명이 정부군의 도움을 받아 하르툼을 탈출했다”면서 “살레시오회 소속 수도자와 사제로 알려진 이들은 수단에 남은 마지막 선교사였는데, 최근 준군사조직의 공격으로 선교 활동이 더욱 위태로워지자 선교지를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즈윅 주교는 분쟁 당사자인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을 다시금 촉구했다. 앞서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 주선으로 휴전회담이 열렸지만, 양측 모두 회담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즈윅 주교는 “교회는 전쟁 종식을 위한 대화를 촉구해왔고, 평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양측 모두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