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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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방글라데시의 혁명과 교회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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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주도로 폭력적인 민중 봉기로 이어졌던 방글라데시 사태가 정리됐다. 이 봉기로 독립 이후 가장 오랫동안 정권을 잡고 있었던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퇴진했다. 하시나 총리의 퇴진으로 15년 동안 이어졌던 아와미연맹의 집권도 막을 내렸다.


수백 명을 죽이는 등 무자비한 시위대 탄압은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을 해체하는 시한폭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시나는 오만하게 민주주의의 가치와 인권을 무시해 쇠락으로 향하는 미끄럼틀을 탔고, 그가 이끌던 아와미연맹과 방글라데시를 혼란에 빠뜨렸다. 국민들은 아와미연맹 지도자와 활동가, 아와미연맹을 지지했던 힌두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하시나는 방글라데시를 불구덩이에 빠뜨렸다.


방글라데시의 독립 영웅 셰이크 무지바르 라만의 딸로 민주화 투사에서 무자비한 독재자로 퇴락한 하시나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외국으로 도망쳐야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다.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이끈 라만은 4년 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하시나와 그의 언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족들과 함께 함께 암살됐다.


하시나는 1975년 아버지의 암살 이후 6년 동안 인도에서 지내야 했다. 당시 그와 여동생 셰이크 레하나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미움을 받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81년 하시나 방글라데시로 돌아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그를 환영했다. 그는 군부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민주화의 아이콘이었다. 수도 다카를 비롯해 길거리에 나온 이들은 하시나의 귀국을 ‘제2의 독립’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시나는 이후 군중과 멀어지고 현실을 외면했다. 그가 집권하는 동안 방글라데시는 일당독재국이 됐다. 야당을 억압하고, 독재적인 정책을 펼치고, 선거를 조작하고,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부패로 엄청난 재물을 차지한 정치인과 관료를 보호했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등 모든 정부 기관은 그저 거수기에 불과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를 향한 그의 증오는 그가 어떻게 적을 대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유누스는 8월 8일 과도정부 수반으로 방글라데시를 개혁하고 다시 세울 책임을 부여받았다.



여기서 과연 소수인 그리스도교도 이 혁명의 일부인지 혹은 그리스도인들이 방글라데시의 민주화를 위한 개혁을 지지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도 다른 소수 종교인처럼 아와미연맹을 지지했다. 하지만 여기에 답하기는 어렵다.


대다수가 무슬림인 방글라데시에서 그리스도인은 극소수로 인구의 0.5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60만 명쯤 되는 방글라데시 그리스도인 중 절반은 또 소수부족민 출신이다. 다만 300명의 국회의원 중 약 8를 차지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교육과 보건, 사회개발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국가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평가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는 폭력 종식과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주교도 폭력을 비난하거나 학생 시위대를 향한 잔인한 탄압에 정의를 외치지 않았다. 다카에 있는 노트르담 대학만 폭력을 비난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젊은 그리스도인 대다수는 이번 시위를 지지하고 적극 참여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 공동체 안 젊은 세대의 뜻을 읽지 못하거나 읽으려 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이번 시위 동안 안절부절못했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을 포함해 소수 종교인을 보호했던 하시나와 아와미연맹을 좋아하고 신뢰했기 때문이다. 몇몇 지도자들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희생시키며 방글라데시의 발전을 주도한 하시나 정권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5년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자행된 선거 조작이나 인권 침해, 만연한 부패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무슬림들이 신성모독법 제정 등 10가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을 때도 침묵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언제나 진실과 정의, 평화의 편에 서야 한다는 교회의 사명을 잊었다. 인도와 파키스탄, 캄보디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교회와 마찬가지로 방글라데시 교회는 억압과 불의에 맞서 양심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독재의 잔재에서 벗어나 국가를 재건하려는 지금 방글라데시의 그리스도인도 변해야 할 때다. 특정 정당을 선호한다는 꼬리표를 떼고 민주화 운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의와 평등, 모두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교회의 이익과 중립성이라는 허울로 오랫동안 비열하게 침묵해 온 교회 지도자들이 바뀌어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들이 진실과 정의를 위해 박해를 감수한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교회의 위대한 사명을 따르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글 _ 록 로날드 로자리오
방글라데시 다카에 주재하는 UCAN 기자로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사회와 종교, 정치, 인권 등을 주제로 기사를 쓰고 있다. UCAN 방글라데시 지국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UCAN의 뉴스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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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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