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AN] 방글라데시를 장기 통치하던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공직을 할당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8월 5일 인도로 도피한 뒤 소수 종교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시나 총리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 철폐를 요구하며 전국적인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과 청년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최소 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하시나 총리는 군용기를 이용해 인도 북부 힌돈 공군기지에 도착해 뉴델리 시내 안가로 이동한 뒤 영국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 집권하던 하시나 총리가 국외로 도피하면서 방글라데시 정국이 혼돈에 빠지자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방글라데시 소수 종교인들은 혼란기에 가해질 수 있는 종교 탄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소수 종교 지도자들은 8월 13일 수도 다카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임시정부를 이끄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와 만났다. 유누스 교수는 영국에서 체류하다 하시나 총리가 인도로 피신한 뒤 8일 방글라데시로 돌아와 임시정부 수반에 취임했다.
유누스 교수와의 만남에는 방글라데시 소수 종교인 그리스도교, 힌두교, 불교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며, 방글라데시 주교회의 의장인 다카대교구장 베조이 디크루즈 대주교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대표해 임시정부에 전하는 서한을 낭독하고 유누스 교수에게 전달했다.
디크루즈 대주교는 서한에서 차별과 맞서 싸워 정권을 무너뜨리고 임시정부가 세워지는 데 기여한 군중들과 대학생들을 격려한 뒤 “그리스도교 학교와 병원, 카리타스와 월드비전 등 복지기관들은 방글라데시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임시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정의와 법치에 근거한 포용성을 지닌 방글라데시를 세워주기를 기대한다”며 “소수 인종과 종교들이 사회적 박탈과 부정의, 압제를 당하지 않도록 임시정부가 유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와 이웃한 인도 케랄라주 주교협의회 대변인 제이콥 팔라카필리 신부도 8월 15일 “인도 종교인들은 방글라데시 형제자매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소수 공동체들이 운영하는 기관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방글라데시 임시정부가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같은 날 “방글라데시의 일상이 가능한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인도는 힌두교와 소수 종교 신자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