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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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신앙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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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맘때가 되면 이스라엘이 떠오른다. 우연한 기회에 성지순례를 준비하던 팀들을 소개받게 되어 얼떨결에 가게 된 이스라엘 성지순례!!


뒤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성경 공부도 못하고 합류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무지했기에 시작이 가능했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비행기를 타고 갈 땐 마냥 좋았다. 성지순례가 어떤 의미인지 내가 성지순례에 가서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할 것인지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국제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해외여행이라는 기분이 들어서 설레느라 바빴다. 나와 함께 하는 멤버들은 모두 성당유치원 여선생님들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주었고 덕분에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더욱 들떠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에 도착하고도 마찬가지였다. 숙소에는 성지순례를 온 다른 단체들로 북적북적했고 한국 사람들도 많아 서로 인사도 나누는 등 해외 관광 온 느낌이 가득했다. 보통 단체로 가는 해외여행 패키지도 유명한 성당이나 천주교 관련 명소들을 방문하다 보니 성지순례도 그 정도일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면서 일정에 대한 기대까지 생겼었다.


그런데 다음날, 성지순례가 시작되자마자 내가 상상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아침에 만난 선생님들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동을 위해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함께 하는 분들의 차분함이 공기 중에도 느껴졌다. 마치 고해성사 전 성당에서 마음을 다잡고 묵상 속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분위기 같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드리는 기도와 성경 말씀은 그동안 들었던 교리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차 안에서 성경 구절을 읽어보고 그 장소에 가서 말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 기도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이 모든 것들이 경건하게 다가왔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십자가의 길을 함께 해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한가운데에 있어 정신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어수선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곳 한 곳에서 예수님 행동 하나 말씀 하나가 전부 느껴져 가슴이 저며 왔다.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내 모습은 평상시와 달랐다. 예전 같았으면 언어가 달라 집중이 안 됐겠지만, 이번에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어 두 손이 절로 모아졌다.


이런 일들을 겪다 보면 ‘세상에 정말 우연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 세례를 받아 제대로 된 성경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을 받으러 간 덕분에 성경책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학생들의 첫영성체 수업을 준비하면서 그제야 창세기를 정독했다. 


우연히 따라가게 되었단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성지순례를 통해 신약성경 말씀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덕분에 창세기와 탈출기 성서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나에게 이런 우연이 없었다면 빈털터리 신앙심으로 지금까지 하느님을 찾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하느님은 말로만 신앙인이었던 내게 진정한 신앙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반감이 들지 않게 다양한 우연을 통해서 말이다.


나에게 있어 우연한 신앙 공부의 기회들은 찐으로 예수님을 느끼고 말씀을 실천하고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는 진짜 기도법을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느님이 원하는 좀 더 깊은 신앙인이 되기 위해, 제대로 된 신앙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하느님께서 내게 또 어떤 우연을 내려주실까 내심 기대가 된다.



글 _ 이인혜 데레사(배우·경성대 AI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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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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