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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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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리튬전지업체 아리셀에서 중대재해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추모행동이 열렸던 7월 초를 끝으로 뉴스와 방송에선 참사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사실 아리셀 참사는 우리 사회, 특히 경제, 노동 분야가 품고 있는 부조리의 종합세트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복잡한 층위를 갖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측의 문제, 이주노동자가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고용되는 노측의 문제,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고용허가제까지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제도가 이주노동자를 산업 ‘연수생’ 취급하며 싼값에 부려먹는 모양새로 변질되면서 1995년부터 고용허가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2003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외국인산업연수제도는 시행 13년 만인 2006년 종료됐다.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래 외국인근로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는데, 현재 기준으로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한 번에 기본 3년+연장 1년 10개월로 최대 4년 10개월까지 노동이 가능하며, 재신청하면 다시 4년 10개월 동안 노동할 수 있다.


최대 10년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다고 하니 언뜻 보면 굉장히 괜찮은 제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고용허가제에는 아주 큰 흠 하나가 있다. 애초에 이 제도가 이주노동자를 정당한 노동자로 대우해 기존 산업연수제도의 문제를 최소화하되, 이주노동자의 한국 정주는 막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가족 동반 비자를 주지 않고, 1차로 허가받은 4년 10개월 동안 이주노동자가 본국을 방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2차 허가를 받기 위해 본국으로 출국해 비자를 기다리는 기간이 다음 4년 10개월까지 포함 10년의 노동 기간 중에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것이다.


더불어 이직 가능 횟수도 그나마 고용주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 3회로 제한돼 있고, 고용주로부터 여권을 압수당하거나 임금체불, 성범죄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정서적 외로움과 정신적 우울증 등 고통을 겪는 이주노동자들도 많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다 못해 고용허가 기간 중에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 함께 지내다 고용허가 기간이 만료함과 동시에 미등록 이주민으로 한국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들은 주로 관광 비자로 입국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용허가제가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원하는 노동시장의 수요가 미등록체류라는 선택의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도 개선은 뒤로 한 채 고용허가제 대상업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지는 않고 빈 일자리를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 7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업주 간담회만 진행했을 뿐 이주노동자 당사자에 대한 실태조사는 전혀 없었다. 노동자는 논의 과정에서 배제돼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노동자 안전이 위험한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고용허가제 사업장 기준이 완화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에 더 노출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는 ‘노동력’으로 단순 치환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동료 인간이며 이웃이다. 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지극히 단순한 사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글 _ 이종원 바오로 신부(의정부교구 동두천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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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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