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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고목처럼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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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늙은 나무처럼 살고 싶다.
가장 깊은 뿌리 끝부터 가장 높은 꼭대기 가지까지
수많은 생물이 평화롭게 함께 사는 고목처럼.


나무 뿌리 깊고 넓게 자리 잡은 땅 속엔 갖가지 벌레들이
개미, 땅강아지, 풍뎅이 오손도손 모여 살고,
사방으로 뿌리내린 땅 속엔 보금자리 파서
토끼와 여우 무리 이웃하며 살고,
하늘 향해 팔방으로 팔 벌린 나뭇가지엔 뭇 새들이
아늑한 둥지 짓고 옹기종기 사이좋게 살고,
향긋한 아름다운 꽃 찾아 이름 모를 뭇 나비 벌들이
분주히 나래 짓 하며 일용할 양식 서로 나누며 살고,
낮엔 푸르게 우거진 나무 숲 속에서
온갖 산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며 놀고,
간간이 딱따구리 찾아와 숨 가쁜 장단 맞추며 보금자리 만들고,
나무 그늘에선 사슴, 노루, 뭇 짐승들 한가롭게 휴식 즐기고,
나무 둥치엔 멧돼지 곰 찾아와 가려운 등 문지르고,
밤이면 부엉이, 박쥐들 활기차게 날갯짓하는 쉼터가 되고,
그늘진 이끼 자란 나무 아랫목엔
뭇 버섯들이 정답게 몸 맞대고 살아가는
넉넉하고 포근한 늙은 나무처럼 살고 싶다.


신선한 대기 청량한 바람 담은 수 많은 푸른 잎새와 가지로
합장하며 수시로 기도하고,
갖가지 형상으로 하아얀 뭉게구름 한가로이 떠 노니는 파아란 하늘
지붕 삼아 우러러보며 천상 행복 기원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땅에 깊고 넓게 뿌리 내려
모든 것 품고 나누며 공생하는 고목처럼 살리라.


글 _ 이정규 마카리오(교육학자, 시인) / 캐나다 캘거리교구 성루카본당


박정연 기자 vividcecil@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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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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