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제 추방으로 비판을 받은 니카라과 정부가 최근 가톨릭·개신교계 자선단체를 포함해 현지 비영리단체(NGO) 1500여 곳을 무더기로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가톨릭계 언론 National Catholic Reporter(NCR)는 “니카라과 정부가 8월 12일 마타갈파·그라나다교구 카리타스를 포함해 가톨릭·개신교계가 운영하는 자선단체 14곳 등 1500여 개 비영리 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를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2018년 이후 3600여 개 NGO가 폐쇄됐는데, 단 며칠 사이에 그 절반에 육박하는 단체가 폐쇄됐다.
니카라과 정부는 NGO 폐쇄 배경에 “재정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2023년 각 단체가 재무 보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각 단체가 관리하던 재산은 니카라과 정부가 압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지에서는 이번 NGO 폐쇄 조치를 ‘교회를 재정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니카라과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피신한 후 현재 엘살바도르 예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세 마리아 토헤이라 신부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종교는 독재에 맞서 정신적 구심점을 제공하기에 정권에서는 교회를 비롯해 저항의 구심이 될 세력을 약화·파괴하려 한다”면서 “NGO 폐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했다.
연이은 종교탄압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2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한 삼종기도 직후 “니카라과 국민들이 예수님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길 바란다”면서 “이 시련의 시간 속에서도 성모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며 보호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