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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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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즐겨보는 사람들에게 올림픽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기간이 된다. 올림픽 기간 공영방송에서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고 뉴스도 올림픽이 중심이 된다.


올림픽은 공정하게 경쟁하며 우정을 나누는,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지구적 축제다. 그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메달을 못 딴 선수가 비판받고 은·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분해서 슬퍼할 때 올림픽의 정신과 의미를 회의하게 된다. 최선을 다했지만 메달을 못 딴 선수들, 이번 올림픽에서 은퇴하는 선수들, 승자에게 축하를 보냈던 선수들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며 이 글을 시작한다.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문화, 패션, 예술, 자유의 도시 파리의 특성을 살린 한편 성소수자와 디오니소스의 재현에서 가톨릭 교리와 외설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평등, 다양성, 자유를 지향하며 철학, 문학, 역사, 예술 등 유서 깊은 프랑스 문화를 표현했다는 평가도 있다.


개막식에서는 여성 성악가들의 노래를 배경으로 프랑스 역사를 빛낸 10명의 여성이 금빛 동상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이자 자기 인식을 하고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들로 시민권 운동가, 작가, 식물학자, 철학자, 최초의 올림픽 여성선수 등으로 활약했다. 그중에는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도 있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녀는 여성이 생물학을 운명으로 알고 어머니, 아내 역할에 구속되고 노동, 사회 참여 등 공적 활동을 못 하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에서 ‘페미니즘’, ‘젠더’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단어, 침묵해야 할 쟁점이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면 사회적 관계와 노동시장에서 낙인을 초래한다.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 프랑스는 한국만큼 성평등한 사회지만 페미니즘이나 젠더를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역사 속 페미니스트들을 존중하며 올림픽에서 성평등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최초의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성들은 경기에 참가하지 못했다.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1863~1937)은 스포츠를 여성성에 위배되는 것으로 여겼다. 운동은 남성의 영역이었고, 강하고 공격적이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남성성으로 해석됐다.


여성들은 올림픽 시상식에서 월계관을 씌우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시상식에서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들은 의상 때문에 종종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남성 도우미가 등장한 건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였고, 올해 파리 올림픽 시상식에서 여성도 바지 유니폼을 입게 됐다.


파리 올림픽 중계에서 전 세계 방송국은 지침을 정해 성평등한 보도에 노력했다. 여성 선수들의 몸을 대상화하지 않도록 촬영하고 외모보다 능력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하지만 성차별적 관행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여성 비치발리볼 유니폼은 성적 대상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의 해설위원은 메달을 딴 여성 선수에게 “설거지와 요리를 잘하는 대장”, “여성은 화장하고 놀러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 비판받았다.


한국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 양궁 선수에게 훈련으로 인한 턱의 상처에 피부과 시술을 할 것인지 묻거나, 여성 사격 선수에게 어머니의 위치를 강조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남성 선수에게는 아버지의 위치를 강조하거나, 변형된 신체 부위에 대해 시술 여부를 묻지 않았다.


여성이 신체적으로 약해 운동을 못 한다거나 보호받아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변화하고 있다. 세계 여성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기록을 갱신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의 시선, 중계방송을 비롯한 미디어의 성인지 감수성은 아직 부족하고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글 _ 이동옥 헬레나(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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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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