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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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성직자 공금 유용… 파키스탄 교회 신뢰도 추락

라호르대교구장 직무정지… 교회 역사상 처음있는 불미스러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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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이 지난해 8월 카라치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교회 시설 공격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OSV


이슬람 국가에서 ‘소수의 양 떼’로 살아가는 파키스탄 교회가 신뢰 추락과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쇼우 대주교가 금전적 스캔들과 사제 성범죄의 부적절한 대처 등의 이유로 8월 중순 교황청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라호르는 이슬람교도가 절대 다수인 파키스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펀자브주의 주도다. 파키스탄 교회의 모체가 라호르대교구다. 더욱이 쇼우 대주교는 그동안 소외와 차별에 시달리는 그리스도인들을 충실히 대변해왔다. 수도회(작은형제회) 출신의 교구장을 존경해온 신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당혹감과 불신에 휩싸였다. 그를 중심으로 핍박받는 파키스탄 교회와 연대해온 세계교회 곳곳에서도 실망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은 “바티칸의 이번 조치는 1579년 무굴황제 초청으로 라호르에 선교사가 도착하면서 시작된 파키스탄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또 “차별과 박해, 경제적 궁핍 등 수많은 도전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교회의 고통 위에 또 다른 위기가 얹힌 셈”이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주교가 교구 재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교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 대금을 유용한 사실을 교구 관계자들이 인정했다. 일부 평신도 지도자들은 교구 가톨릭병원 회계 조작과 전국가톨릭교육위원회 공금 유용 등 대주교가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 혐의를 추가로 찾아냈다. 대주교 관련 혐의를 ‘루머’라고 일축하는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 징후는 최소 2년 전에 포착됐다. 교구장의 자금 유용·횡령 혐의를 처음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한 원로 신부가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부터라는 것이다. 당시 다카대교구의 은퇴 추기경은 조사위원 자격으로 라호르를 방문해 충분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교황대사관에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당국이 대주교 인사 조치 사유와 조사 결과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교황청 복음화부는 교구민들에게 “대교구 내의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쇼우 대주교가 일정 기간 직무에서 떠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일부 신자들은 부패 행위 협력자 공개와 사법적 정의 실현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파키스탄 교회의 명성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에서도 가톨릭교회의 투명한 재정 관리와 헌신성은 타 종교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A신부는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진다”며 “금전 스캔들과 사제 성범죄를 은폐해온 관행이 교회를 약화시켜왔다”고 말했다. 추문이 발생하면 당사자를 교회에서 멀리 떼어놓고, 사람들 뇌리에서 그 사건이 잊힐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일부 지역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종말론적 예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 주의를 기울여 치유하지 않으면 반드시 또 일어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앙의 뿌리가 약한 신자는 가까이에서 보아온 최고 목자의 부패 의혹에 실망해 교회를 등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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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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