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대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의 선종으로 한국 교회는 또 하나의 큰 별을 잃었다. 고인은 자신을 ‘아무런 공로 없이 은퇴한 주교’라고 스스로 낮췄지만, 주교로 47년, 사제로 66년을 사목하면서 그의 사목 표어처럼 하느님과 교회에 충성했고, 모든 이를 온유하게 환대했다.
무엇보다 박 주교는 마산·전주·제주교구의 발전을 이끌며 모든 이와 소통하는 영적 아버지였다. 또 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사제가 부족한 지역 교회에 선교 사제를 파견했고, 초기 한국 교회 순교자 124위의 시복 책임자로 11년간 헌신했다. 아울러 나자렛 예수 수녀회를 설립해 가난한 이들 특히 홀몸 노인과 매 맞는 여성들을 위해 모든 걸 쏟았다.
고인을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성품 좋고 따뜻한 분으로 기억한다. 박 주교는 만나는 신자마다 직접 만든 상본을 나눠주며 늘 기도할 것을 권고했다. 사제들에게는 “늘 선교하고 사회 안에 현존하는 교회가 되도록 이끌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또 실향민으로 늘 북녘땅을 그리워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해왔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주민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사목자로서 그의 최대 관심사는 ‘사회 안에 현존하는 교회’였다.
박 주교는 생전 “한국 교회는 성숙한 교회답게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박 주교의 염원처럼 현재 마산교구는 교구를 이끌 새 교구장 주교를 고대하고 있다. 고인의 전구로 마산교구민들의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고 박정일 주교의 천상 안식을 기도하며, 마산교구와 유족에도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