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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의 들보] 주체가 되어야 하는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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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회가 없어진 본당이 여럿이고 더이상 미사에서 젊은이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젊은이는 결코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젊은이는 여전히 하느님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영적인 목마름을 채우길 열망한다. 꼭 본당이 아니더라도 일하는 곳 근처에서 혹은 여행하면서 성당에 들어가 고요히 기도하는 젊은이를 여럿 보았다. 또 유럽 패키지 여행을 하면서도 영성체는 꼭 해야겠다며 투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성당에 다녀오는 젊은이도 본 적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서울 WYD)를 준비하고 치러야한다. 수많은 젊은이를 교회의 한 가운데로 초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시노달리타스라는 여정을 함께 걷고 있다. 올해 시노드가 막을 내리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끊임없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정의한 시노드 정신을 꺼내 교회 곳곳에 적용시키고 있다. 2027 서울 WYD도 맥락을 함께 한다. 시노드 정신으로 젊은이를 초대하고 젊은 리더를 양성하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젊은이 사목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당찬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수직적 사고방식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제를 중심으로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신자들 사이에도 계층이 나뉘어 젊은이는 언제나 덜 양성된 구성원으로서 교회의 하위층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젊은이가 교회를 떠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교회의 외곽에 있는 사회적 약자로 배려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가, 특히 젊은이 사목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 통념을 가차 없이 깨버리고 없애야 한다.


먼저 시노드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인 ‘동등성’이 우리 교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 동등성은 우리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똑같은 품위를 지녔고 동등한 위치에 서있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개념이다. 또 성령께서는 각자에게 알맞은 은사를 내려주셨기에, 서로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 경청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직무 사제직을 받았다고 해서, 축성 생활을 지향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을 살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동등성을 내세워 서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느님 백성 그 자체로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9년 파나마 WYD에서 “젊은이는 하느님의 미래가 아닌 현재”라고 말했다. 또 2023년 리스본 WYD에서 “교회에는 여러분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걷는 여정에서 2027 서울 WYD를 준비하는 지금, 교회 공동체는 젊은이를 초대하여 참여시키는 게 아니라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의 바닥을 다지고 뼈대를 만들며 살을 덧붙이는 모든 영역에서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양성자와 피양성자의 구분 없이 동반 양성되어 젊은이는 사제를 통해, 사제는 젊은이를 통해 하느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노드 정신에서 방법론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신앙의 숨결을 젊은이들과 함께 느끼며 걸어가는 여정이 되기를 희망한다. 젊은이는 교회 안에 머물며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글 _ 이주현 그레고리오(의정부교구 지축동요한본당·영상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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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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