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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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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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마지막 회다. 10번도 채 안 되는 글쓰기가 뭐 어렵겠냐 생각했는데 매주 나의 신앙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신앙 관련 글이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글을 쓰고 싶었고 그래야 독자분들이 내 글 안에서 주님을 느끼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나만의 솔직한 일상 체험을 꼭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마감일을 간신히 맞추면 어느새 또 마감일이었다. 육아 맘으로 ‘방콕’하는 요즘 일상에서 신앙 에피소드를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걸맞은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나면 할 말도 쓸 말도 없는 게 현실이었다.


나의 하루 일과는 집안 곳곳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뭐든지 입으로 집어 넣는 어린 아들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이다. 아기와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고 목욕시킨 후 수유를 끝으로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면 나도 모르게 기절이다. 이제는 바깥 공기 한번 제대로 쐬어 보지 못하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아기 키우면 성당 가기 쉽지 않고 신앙을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속에 묻혀 살면서 웃고 즐기며 지냈던 과거의 내 모습은 기억조차 없다. 사람들을 만나다가 혹여 감기라도 걸려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사람 만나기를 조심 또 조심하는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감으로 삶의 행복을 느끼며 항상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바쁜 내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오로지 아기에게 올인하여 단순한 나로 산지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그런 나에게 일요한담은 열렬했던 과거의 신앙생활을 추억하며 현재의 신앙 태도를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아기 때문에 정신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내 모습을 돌아보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반성 또한 하게 해 주었다.


“주일 미사는 주님께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소원을 빌러 오는 게 아니야, 지난 한 주간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다음 한 주간 혹은 앞으로 내 모습을 계획하고 다짐하는 참회의 시간을 가지러 오는 거지.”


예전에 한 신부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필요할 때 하느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날 부르실 때 언제든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위의 말씀처럼 매주 자신을 냉정히 바라보고 반성하는 성숙된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말이다.


‘여유 있을 때 봉사해야지’라는 마음으로는 평생 봉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가장 바쁠 때 가장 성실히 봉사 활동을 했던 지난날들, 내가 생각하는 여유의 시간과 하느님이 나를 쓰고 싶어 하시는 시기는 다를 수 있기에 그분이 부르시면 언제든 “예스”를 외쳤던 예전 내 모습이 기억났다. 나의 신앙심을 불러일으키시고 소홀해진 신앙생활에 불을 지피시키 위해 일요한담을 시키셨나 싶을 정도로 글을 쓰면서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생각나기 시작했다.


마치 행복 가득했던 과거의 앨범을 넘겨보면서 예전의 내 모습을 추억하고 그때의 에너지를 다시금 얻어가는 시간이랄까. 여덟 번의 글을 쓰면서 예전의 나로 돌아가 내 삶과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를 주신 가톨릭신문에 감사드리며 마지막 글을 마무리 한다.



글 _ 이인혜 데레사(배우·경성대 AI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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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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