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시작으로 4개국 사목 순방재임 중 역대 최장 거리, 긴 시간 사목순방 길 올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OSV
45번째 사도 순방지로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순방지인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이 인도네시아를 찾은 것은 1970년 바오로 6세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 번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4개국 순방은 재임 중 가장 긴 기간 제일 먼 거리를 오가는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부터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까지 12일간 이어진다.
교황이 탑승한 전용기는 현지 시간 3일 오전 11시 19분 첫 방문국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전용기에서 내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당국이 준비한 환영식에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정부 관계자와 인도네시아 시민사회 대표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치고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OSV
이날 교황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난민·이주민과의 비공개 만남 자리도 가졌다.
이 가운데에는 미얀마에서 소수민족 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난 로힝야족 난민과 종교적 박해·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인도네시아를 찾은 스리랑카·소말리아 난민도 포함됐다.
교황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열린 난민·이주민과의 만남 자리에서 고향을 떠나온 이들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티칸뉴스
이튿날(4일) 오전 교황은 자카르타 대통령궁을 찾아 위도도 대통령 등 인도네시아 정치·종교 관계자 300여 명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종교적 극단주의를 경계할 것을 촉구하며 종교 간 대화와 화합을 위한 노력에 교회도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교황은 “교회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종교 간 대화 노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면서 “이는 종교를 왜곡해 기만과 폭력으로 자기 견해를 강요하려는 극단주의와 편협함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하고 이를 통해 편견이 사라지면 상호 존중과 신뢰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잇따르는 등 극단주의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다시금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형제애를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다양성 속 통합’을 모토로 하나 된 국가를 이루고 있는 인도네시아 당국에 대한 지지를 전하며 인권과 평화를 향한 모두의 노력을 당부했다.
교황은 “인도네시아의 국가 모토인 ‘비네카 퉁갈 이카’(다양성 속의 통합)는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굳건히 통합된 다면적인 현실을 잘 보여준다”며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이념, 그리고 통일을 굳건히 하는 이상 사이의 현명하고 섬세한 균형은 불균형에 맞서 끊임없이 수호되어야 하며 조화와 평등·인권·지속 가능한 개발·평화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이날 만남을 기념해 방명록에 서명하며 이탈리아어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만남과 대화의 장소인 이 땅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면서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신앙과 형제애, 연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한편, 교황은 인도네시아 순방 사흘째인 5일에는 자카르타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모스크인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맞은편에 있는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우정의 터널'을 둘러보고 이어 인도네시아 종교 지도자들과 종교 간 화합을 선언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교황은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 경기장에서 인도네시아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