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사도 순방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순방으로 교황은 무슬림 국가에서 소수 종교로 살아가는 가톨릭 신자들을 위로합니다. 문화적 종교적 차별과 박해가 아닌 화해와 대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교황은 이번 순방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이번 순방의 첫 방문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지금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매년 25cm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면 2050년에는 북부 자카르타의 95가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한 지반 침하입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정부는 가라앉는 자카르타를 떠나 새로운 수도로 가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음 순방지인 파푸아뉴기니도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집중폭우로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도 이번 여름 최악의 폭염을 맞았습니다.
사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아내리는 빙하, 산불, 가뭄, 극단적인 폭염과 홍수 등 기후 위기가 일어난 자연재해 뉴스는 차고 넘칩니다. ‘북극곰을 살려주세요’와 같은 환경단체의 광고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왜 계속해서 기후 위기는 심해지는 걸까? 혹시 기후 위기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을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혹시 알더라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전문가는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삶의 방식 자체를 지적합니다. 분리수거를 하지 못하는 개인도 자동차를 사서 석유를 넣고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냉장고에서 플라스틱에 담긴 음료를 마십니다. 패스트패션을 입고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항공 여행을 합니다. 지금 인류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생활 방식이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입니다.
그래서 9월 7일에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의 표어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의 생활 방식을 유지할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전환할지,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의 생활 양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개인만이 아니라 시스템도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개인의 변화만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교회도 이 변화에 함께합니다. 지난 2일 봉헌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에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인간의 욕망에서 생겨난 모든 소비를 충족”할 수 없다고 하며,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정원의 관리자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받은 이 아름다운 창조물을 보존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입니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 기후 위기가 극복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