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 ‘점심 메뉴 고르기 노래’가 퍼진 적이 있다.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큰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매운 음식·안 매운 음식, 밥·면·빵 등을 차례로 고르는 일종의 알고리즘을 노래로 풀어낸 것이다. 해당 노래는 10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메뉴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 같은 ‘메뉴 선택’의 어려움은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택’이라는 행동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가 실제로 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정의했다는 말은 많은 이에게 큰 공감을 받기도 했다. 인생이 곧 선택인 만큼 그 경중을 떠나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주목받은 배경에도 ‘선택’이 있다. 교황청 AI 윤리 분야 전문가인 파올로 베난티 신부는 AI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정보에 따라 선택을 해주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알고리즘에 따라 수치화된 정보를 분석해 예측해내는 게 AI의 최대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물건을 사거나 콘텐츠를 선택할 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베난티 신부의 설명이다. 인간 최대의 고민을 기술이 해결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베난티 신부는 이런 ‘선택의 외주화’를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기계에 의한 통제 우려 때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의 SNS 사용 행태를 보면 된다. 어느 순간부터 SNS를 보면 비슷한 콘셉트, 비슷한 의견만 전하는 내용만 추천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는 콘텐츠나 메뉴 선택은 물론 나아가 정치적 결정까지, 또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베난티 신부는 ‘자신이 세례를 통해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을 믿고 선택하라는 뜻이다. 물론 이 선택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결과가 다음에 새로운 기준이 되고, 옳은 선택을 하는 바탕이 될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