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정원에 걸린 ‘평화의 모후’를 보는 이들이 우리가 이 시대에 평화를 간절히 바랐구나 하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쟁 등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고,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잖아요. 성모님께 평화를 청하는 그림을 구상했습니다.“
바티칸 정원 내벽에 모자이크 성화 ‘평화의 모후’를 제작한 심순화(가타리나) 작가는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는 그림을 구상하며 작업했다”며 “한국의 성모님을 바티칸에 오는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고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100호 크기의 모자이크 성화 ‘평화의 모후’는 스케치부터 설치하는 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지난해 5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에게 작품 제안을 받았고, 지난해 9월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1월 완성한 그림으로 실물 모형을 만들었고, 8월부터 로마에서 모자이크 작업에 들어갔다. 대리석 몰딩은 이탈리아 카라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
“전통 한복을 입은 성모님이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고, 아기 예수님은 색동 저고리를 입고 있어요. 아기 예수님이 지구를 들고 우리를 바라보면서 강복해주시는 모습이에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은 지구 위에 서 계시고,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상징인 뱀을 밟고 묵주를 들고 계세요. 성모님 위에는 서로 만나는 꽃나무를 그렸는데, 나무에 핀 꽃은 화해와 평화를 의미합니다.”
심 작가는 “바티칸 정원이 정말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곳”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그림을 그리는 내내 성모님께 계속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의 모후’를 작업하면서 교황청 성직자부(장관 유흥식 추기경)와 복음화부 산하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에도 봉헌할 작품을 함께 준비해 두 추기경에게 전달했다.
심 작가는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담아낸 성화를 그려왔다. 당고개 순교성지·마재성지·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관저 등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바티칸=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