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은 성 베드로 대성전과 바오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성 베드로·바오로 사도 무덤을 참배했다. 주교 23명은 한국 교회를 이끄는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굳은 신앙을 고백하며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신앙을 반석으로 삼아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했다.
19일 주교단은 로마 외곽에 있는 성 바오로 대성전을 찾았다. 김종수 주교가 주례하고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된 미사에는 로마에서 유학·선교하고 있는 한인 사제와 수도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주교회의 부의장 김종수(대전교구장)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에서 떨어져 앞을 볼 수 없게 된 회심 사건을 언급하며 “넘어지고 떨어지지 않는 주관적인 확신은 주님을 향한 올바른 영성일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며 “우리는 평생 계속 넘어지면서 주님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님께서 바오로 사도에게 부어주셨던 영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주시어, 우리가 주님의 빛을 받아 복음의 기쁨을 살면서 충실한 선교사로 살 수 있는 은총을 청한다”고 말했다.
미사 후 주교단은 제대 앞 지하에 모셔져 있는 바오로 사도 무덤에 모여 주모경을 바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튿날인 20일 한국 주교단은 곧 있을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을 앞두고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카타콤바에 있는 성 베드로 사도 무덤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참배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는 개인주의·경제 제일주의·인구 절벽과 고령화·늦은 혼인·출산 기피·결혼 포기·교우들의 신심 약화·청소년 신앙생활과 신자 증가율 감소·사제와 수도자 성소 감소 등 어려움이 많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주교단이 연대해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주교는 “베드로와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었듯이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우리 주교들도 서로 결합되어 있음을 알아야겠다”며 “베드로 사도의 무덤 앞에서 같은 신앙을 굳게 고백하며, 우리의 주교직이 깊은 유대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어 “‘시노달리타스’라는 열쇠로 닫힌 것은 열고, 묶인 것은 풀며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며 “시노드 정신이 계속 이어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위해 한국 교회가 함께 걸으며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