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잡혔다가 수용소에서 선종한 에밀 카폰(Emil Kapaun, 1916~1951) 신부의 유해가 평생 그의 귀환을 바라며 기도를 바쳤던 어머니의 묵주와 함께 고향 캔자스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방부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 매니저 진주현(소피아) 박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9월 21일 카폰 신부의 유해가 하와이주 진주만-히캄기지에서 고향 캔자스로 운구될 당시, 조카 레이 카폰이 카폰 신부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카폰씨가 쓰던 낡고 오래된 묵주를 가져왔고, 유해는 어머니의 묵주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진 박사는 “당시 레이씨는 ‘아들(카폰 신부)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할머니는 이후 아들이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들은 뒤에는 유해가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매일 묵주 기도를 바치셨다’고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증언을 한 레이씨는 카폰 신부 동생의 아들이다.
법의인류학자인 진 박사는 2021년 3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하와이 호놀룰루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매장돼 있던 800여 무명용사 중 카폰 신부의 유해를 확인했다.
진 박사는 “카폰 신부의 유해가 어머니 묵주와 함께 귀환하는 것을 보면서 70년 만에 어머니의 기도가 이뤄졌다고 여겼다”며 “그의 유해를 확인했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카폰 신부의 시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의 성인’으로 불리는 카폰 신부는 1950년 7월 미 육군 군종신부로 한국에 들어와 전쟁 중 붙잡혀 벽동수용소에 갇혀서도 적군과 아군 부상자를 모두 간호하며 인류애를 실천하다 1951년 5월 23일 35세에 선종했다. 미국 위치타교구는 그의 시복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