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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주교님께 드리는 ‘별별 편지’(송란희 가밀라, 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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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신자들은 초기 교회 때부터 편지를 많이 썼습니다. 북경교구장에게도 쓰고, 교황님께도 쓰고 “조선에 신자 공동체가 있으니 사제를 보내달라”는 편지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포교성성 추기경 시절부터 조선 교우들의 편지를 받아 본 카펠라리 추기경은 1831년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으로 즉위한 지 7개월 만에 조선에 대목구를 설정합니다. 연구소가 소장한 문서 중에도 신자들이 주교에게 쓴 편지가 여러 통 있는데, 편지마다 사연이 절절하고 주교님의 답변이나 처분이 궁금한 내용이 많습니다.

황해도 북부 수안군 사창공소 회장 이의보 빈첸시오는 1922년 드브레드 주교에게 ‘루르드 성수를 구해달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아내가 십여 년간 폐병을 앓고 있는데 루르드 성수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구 안 주교 성모 성당에서 솟는 샘물이 루르드 성수와 같다는 풍문을 듣고 두 달 전에 안 주교께 여쭈었더니 경성 신부들이 루르드 성모 성당에서 솟는 샘물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빈첸시오는 편지 끝에 주교님께 여러 가지 교회 일로 분주하시겠으나 병자를 불쌍히 여겨 알아봐 달라고 다시 한 번 간청합니다.

이의보가 같은 해에 쓴 다른 편지는 ‘견진받을 신자들을 주교님께 보낸다’는 내용입니다. 견진성사를 받을 만한 신자에게는 본당 신부님이 증빙표를 주었으나 공부가 부족한 신자 몇몇은 표 없이 보내니 인자하신 주교님께서 잘 살펴달라고 청합니다. “주교님, 증빙표를 받지 못한 교우 몇 명을 함께 보내오니 찰고를 받으시고 표 없는 교우에게도 견진성사를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표를 받지 못한 교우들도 다만 예비가 타당치 못함이오니 살펴보시고 통촉하옵소서.”

이의보와 같은 곳에 살던 강준 바오로는 ‘병고에 있는 팔순 노인 세 명이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게 신부를 보내달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부친은 79세 요한, 모친은 80세 수산나, 장모는 76세 요안나인데 같이 삽니다. 근처 본당이 멀어 병자성사를 받기 어려우니 아무 신부님이라도 보내주어 성사받고 돌아가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편지를 받은 주교님은 “이틀 후 병자성사 가능”이라는 메모를 편지에 남겼습니다.

1923년 경기도 진위군(현 평택시) 서면 송화리 살던 장석진 베드로는 주교님께 딸의 혼처를 구해달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은 안성학교 교사인데 딸 하나는 외교인에게 시집보내 후회하고 있다며 다른 딸 하나는 반드시 교우에게 시집보내고 싶으니 경성에서 마땅한 딸의 혼처를 구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이 편지에도 주교의 처분이 적혀 있습니다. “장 베드로, 딸을 외교인에게 보낸 냉담자. 큰 공베르 신부에게 말해볼 것.” 공베르 신부는 형제가 모두 한국에서 사목했는데 ‘큰 공베르 신부’는 당시 안성본당 신부였던 안토니오 공베르 신부이고 ‘작은 공베르 신부’는 줄리앙 공베르 신부입니다.

“종현 천주당 주교 전”이라고 적힌 편지 봉투를 보며, 팍팍한 세상살이에 기댈 언덕이 되어준 교회 어른의 존재가 신자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신자들이 주교님께 보내는 ‘별별 편지’도 100년 후 저처럼 옛 자료를 보는 사람 눈에 띄어 읽히게 될 텐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판단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 두렵니다.





송란희 가밀라(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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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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