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등 보조생식술(IVF)을 한 직원에게 휴가 지급 의무를 배제한 미국의 첫 판단이 나왔다. 노스다코타 주(州) 서부 연방지방법원은 9월 23일 “가톨릭교회 교구와 본당, 신자가 고용주로 있는 사업체는 교회가 반대하는 낙태와 보조생식술을 한 직원에게 휴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비즈마크교구를 비롯한 86개 교구와 7100개 본당·1380명의 신자 고용주들은 반생명적인 시술을 한 직원에게 휴가를 의무적으로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미국여성법센터(National Women’s Law Center)에 따르면 이는 보조생식술에 휴가 의무를 배제한 미국 최초의 판결이다. 아울러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으로 보고 보조생식술을 반대하는 교회 가르침을 사법적으로도 존중한 첫 사례가 됐다.
다니엘 트레이너 판사는 “임신근로자공정법은 교구와 가톨릭복지협회(Catholic Benefits Association, 이하 CBA) 회원에게 신앙에 반하는 낙태 또는 보조생식술을 옹호하도록 할 수 없다”며 “이들이 낙태와 보조생식술을 반대하는 발언을 할 수 없도록 요구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개인이 진심으로 지닌 종교적 신념을 위반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설립한 동등고용기회위원회가 2023년 발표한 임신근로자공정법은 여성이 직장생활에서 임신과 출산, 건강 상태로 인해 제약받지 않도록 고용주의 배려를 의무화하면서 미국 가톨릭교회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4월 낙태와 보조생식술에도 휴가를 부여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이 추가됐고, 비즈마크교구와 CBA는 노스다코타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CBA는 85개 교구와 7100개 본당, 사업체를 운영하는 1380명 신자의 연합이다.
동등고용기회위가 2023년 8월 처음 임신근로자공정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약 두 달간의 의견 수렴기간 동안 낙태 휴가에 대한 반대 의견은 5만 4000건이 게재됐다. 지지 의견은 4만여 건이었다. 그러나 동등고용기회위는 개정을 강행, 결국 교회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