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수감 중인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에게 망명을 제안했다.
교황은 9월 초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성사된 예수회와의 회동에서 “아웅산 수치 전 고문의 석방을 미얀마 정부에 촉구했고, 그의 아들을 로마에서 맞이했다”며 “수치 전 고문을 위한 안전한 피난처로 바티칸을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수치 전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수치 전 고문은 부패 혐의 등으로 33년형을 선고받고, 일부 사면으로 형량이 27년으로 줄어 현재 교정시설에 갇혀 있다. 미얀마는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수치 전 고문이 수감된 뒤 지금까지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져있다.
교황은 9월 2~13일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순방하는 동안 주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교황대사관에서 약 200명의 예수회 회원과 비공개 회동해 “수치 전 고문은 민주화의 상징이며, 보호받아야 한다”고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이 인도네시아·동티모르·싱가포르에서 예수회원들과 가진 세 차례의 회동 기록은 예수회의 학술지인 「치빌타 카톨리카」에 9월 24일 게재됐다. 학술지에 따르면 미얀마의 한 신부는 9월 4일 교황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삶과 가족·꿈·미래를 잃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교황은 “미얀마의 상황은 어려운 것이 맞다”면서도 “당신의 질문에 보편적인 답은 없지만, 조국을 위해 싸우는 훌륭한 젊은이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얀마 상황에 침묵할 수 없다”며 “나라의 미래는 오직 평화여야 하며, 이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 각 개인이 공동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민주적 질서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당부했다.
미얀마 교회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올해 5월 미국 가톨릭 통신(CNA)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쿠데타 이후 이 나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혼란과 고통 상태”라고 했다. 추기경에 의하면 미얀마 내 100곳 이상의 성당과 교회 기관이 폭격을 당하거나 파괴됐고, 3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해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미얀마의 한 성직자가 카친주에서 미사를 집전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