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는 봉사자인가 지배자인가’를 주제로 가톨릭과 정교회·개신교 3개 교단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열었다.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은 인공지능이 건강과 사고 예방 등 생명을 살리는 분야에서 큰 도움을 준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자칫 맹신하게 될까 우려했다.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알고리즘에 갇혀 극단화된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미국 뉴튼 성 바오로 수도원 설립 100주년 취재차 방문한 수도원에서 수도원 시간표대로 함께하게 됐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수도회 모토에 맞춰 오전 5시 50분 기도로 시작해 노동하고 기도하기를 반복하다 오후 7시 45분 끝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우연히 식사 옆자리에 앉은 한 수사님이 “우리는 4시 30분에 아침기도하는데, 여기 오니 너무 행복하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곳 생활은 어떠한 정보에 의존하고 결과를 만들어내기보다 하루 시간표를 살아내는 게 전부다. 폐쇄까지 논의됐던 뉴튼 수도원은 그렇게 100년을 이어왔다.
양심과 회개·자유 의지 같은 깊이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며, 이러한 깊이에서 나오는 게 신앙이라고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인식하면서도 끊임없는 분심과 해야 할 일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신앙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마련됐음에도 말이다.
수많은 정보가 머리를 가볍게 스쳐 가며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들어갈 문을 막고 있는 듯하다. 알고리즘에 잠식당한 단면이 아닐까. 사유와 내면의 성찰은 일상과 점점 멀어진 채 한없이 가벼워진 모습으로 AI에 지배당하는 순간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