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일본 원폭 생존자들을 주축으로 한 반핵 운동단체 ‘니혼 히단쿄(日本被團協,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선정된 데 대해 일본 교회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은 11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후 미국 가톨릭언론 CRUX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온 이들이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미 핵무기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탈핵을 통한 평화 실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핵무기 피해자들이 핵으로 인한 피해 경험을 직접 전하고 있지만, 무기를 보유한 일부 세력은 ‘평화’를 구실로 이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는 최근 전쟁에서 핵 사용을 위협했던 러시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국 내에 미국의 핵무기 반입을 허가한 일본 정부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니혼 히단쿄의 평화상 수상이 일본 내에 탈핵 정서를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일본 정부가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적인 신뢰 구축에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1년 히로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폐기와 평화 정착을 호소한 바 있다”며 “일본 교회 역시 그 뜻을 이어받아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와 협력하며 계속 탈핵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니혼 히단쿄는 1956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 생존자들이 일본 정부에 생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세계 각국 정부에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앞서 요르겐 와트 프라이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11일 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니혼 히단쿄는)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증언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탈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수상한 것은 또 다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