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새 추기경 21명을 임명한 가운데, 추기경 임명자들이 언론을 통해 당시 각자 느꼈던 ‘놀라움과 당혹감’을 전했다.
하이메 스펭글러(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대교구장, 64) 신임 추기경은 8일 바티칸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 당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참여를 위해 머물고 있던 로마 숙소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SNS 알람으로 축하 인사가 쇄도해 무슨 일인지 몰라 당혹스러웠다”며 “지인을 통해 교황님이 삼종기도에서 (추기경 임명자 가운데 하나로) 내 이름을 부르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브라질 교회에는 이미 대교구장으로 사목 중인 추기경 6명을 포함해 8명의 추기경이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수행해 교회에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쿠치 이사오(국제 카리타스 의장 겸 도쿄대교구장, 65) 신임 추기경은 임명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놀라움과 당혹감의 일요일(驚きと困惑の日曜日)’이란 글을 통해 길을 걷다 신자에게 임명 사실을 전해 들은 사연을 공개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로마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 사제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이동하던 중 한 신자가 축하인사를 전했다”며 “반신반의하며 대성전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사제로부터 축하 인사를 전해 들었고, 그제야 임명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쿠치 추기경은 이번 추기경 임명을 통해 ‘아시아’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는 분석도 전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차기 부회장으로 선출된 파블로 비르길리오 S. 데이비드(필리핀 칼루칸교구장, 65) 추기경을 포함해 이번에 임명된 아시아 대륙 출신 추기경은 5명에 달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동남아시아 순방을 포함해 다수의 아시아 국가를 직접 찾았고, 아시아 대륙 출신 추기경을 임명하며 아시아 교회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교회 선교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또 아프리카 대륙 출신인 이그나체 베시 도그보(코트디부아르 아비잔대교구장, 63) 추기경은 “신앙의 변방을 향한 교황의 관심을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그보 추기경은 “교황은 보편 교회가 전 세계 모든 지역 교회를 향해, 모든 하느님의 백성을 향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경청의 과정을 거치며 교회의 보편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올해 99세로 역대 추기경 임명자 중 최고령으로 꼽히는 안젤로 아체르비 신임 추기경은 바티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전 세계의 많은 교황청 외교관이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감사와 인정의 표시로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바티칸 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일했던 그는 “고령으로 사목 일선을 떠나있음에도 추기경으로 임명된 것은 아직 교회를 위해 봉사할 것이 남았다는 뜻인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계속해서 기도하며 여생도 교회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