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루치아·57·가명) 씨의 하루 일상은 묵주 기도를 비롯한 기도로 거의 채워진다.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자비의 예수님상 앞에 앉아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5단 기도를 드린다. 매듭의 푸시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 소화 데레사 9일 기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바뇌 성모 액자를 비롯한 여러 성모상과 아기 예수상 등 성물로 가득한 집 내부가 그런 김 씨의 열심한 기도 생활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김 씨가 한결같이 봉헌하는 기도 지향은 안전한 거처를 얻어 딸 은미(가명·아기 예수의 데레사)와 함께 사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정부 전세 대출로 사는 지금 집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임대 아파트 신청을 하고 싶으나 20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 필요하다. 한 달 70만 원 정도 받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수당으로는 생활하기에도 모자라는 실정에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한 돈이다.
그는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다. 망상과 환청 증상이 있어서 남을 믿지 못하고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정서적 상태 조절이 잘 안되어 심하면 자살 충동을 느낀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는 이유다. 밤에는 약기운으로 잔다. 김 씨는 그러면서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일까 봐 제일 무섭다”고 했다.
거의 30년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다섯 달에 한 번씩 주사 치료도 받아야 한다. 비용을 감액받는다 해도 수당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부담이 크다. 심한 비만과 당뇨로 식단 관리를 해야 하지만 당뇨 조절을 못해 주기적으로 입원을 한다. 당근처럼 딱딱한 것을 씹지 못해 치과 치료도 받아야 한다.
어릴 적에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위탁 가정에서 자란 그는 고3 크리스마스 전야에 성폭행 사고를 당했다. ‘그때 생각이 지금 막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다’고 할 만큼 지금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이후 그 일로 병의 조짐이 나타났고 위탁 가정에서도 외면당해 수도회 시설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40대에 사회에 나와 한 남자를 만나 딸 은미를 낳았지만, 남자가 떠나 가면서 쪽방에서 외롭고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 친엄마, 위탁가정, 아이를 함께 낳은 남자로부터 계속 버림받은 세월이었다.
은미와는 10여 년 전부터 헤어져 살게 됐다. 아이가 3살 되던 무렵 김 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소리를 지르는 통에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 강제로 정부 아동 시설로 보내졌다. 김 씨는 이때 정신병이 심해져 더 힘들게 지내야 했고, 은미도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지내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지금 13살인 은미는 한 수녀회의 그룹홈에서 지낸다.
그는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힘을 낸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 놓고도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길에서 함께 걸어가는 엄마 딸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요.”
김 씨는 “아이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손을 잡아주시면 함께 살 집을 마련하고, 딸이 잘 교육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또 도움 주신 만큼 조금이라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김 씨를 추천한 서울대교구 삼각지본당 주임 박홍철(다니엘) 신부는 “이 모녀가 꿈꾸는 삶을 위해서 후원과 기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