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이달 8일과 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갔으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 파병되는 북한군은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000여 명이다. 북한이 대규모 부대를 파병하는 건 정권 수립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후 휴전선 일대에 장벽을 건설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지점을 폭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유럽의 안보지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자 다시 한반도에 격랑을 몰고 올 중대한 사안이다. 이미 우리는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함께 휴전선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러시아 대사를 불러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가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군사·외교적 대응태세를 갖추는 건 당연한 권리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점에서 2024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이 철원·파주·강화(교동도) 등지에서 개최한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철원 ‘DMZ 평화순례’ 참가자들은 평화전망대 등을, 또 ‘중립 평화의 섬’으로 불리는 교동도를 찾은 사람들은 6·25전쟁 전 황해도 연백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는 대룡시장을 방문해 분단의 아픔을 체험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누가 봐도 엄중하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과 분단을 겪은 우리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평화를 갈구하는 게 우리의 책무다. 그게 바로 하느님을 따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