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망이자 자랑거리였던 예쁘고 착한 우리 딸 현인이…. 바쁜 삶에서 딱 하루 재미나게 놀러 나갔던 그 애를 끔찍하게 떠나보냈어요. 인간이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을, ‘하느님은 내 편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너무너무 많이 했어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채현인 씨의 어머니 강현순 씨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말을 이었다. 10월 23일 인천 십정동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이하 정평위)가 마련한 ‘이태원 참사 2주기 유가족 간담회’에서였다. 자식을 앞세우고 눈시울을 붉힌 희생자 부모 및 가족들 모두 간담회에서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이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교구 정평위는 이태원 참사로부터 2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진상 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문책을 위해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나가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아픔과 투쟁에 대해 풀어놓을 수 있도록 간담회를 마련했다. 지쳤던 유가족들은 이날 상실의 아픔을 털어놓고 ▲안전사고 예방보다 ‘마약과의 전쟁’을 핑계 삼아 숨은 공권력의 소홀한 행정 ▲인파 분산·차단 등 현장 통제 미흡 ▲희생자 시신에 대한 비인권적 예우 ▲2차 가해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종교에서도 인간의 생명이 최우선 아닙니까. 그런데 짓밟혀 죽어간 우리 아이들의 현장에 인권은 절대적으로 없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경비 등으로 과중된 업무량 때문에 혼란스러워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용산경찰서의 말…. 고(故) 윤성근 씨 아버지 윤석보 씨는 “생명 자체를 자신들의 도구로 여긴 정부가 의문스럽다”고 역설했다. 또 정권이 내세운 용산 일원의 강화된 마약 수사 프레임대로라면 길거리 담배꽁초건 유류품이건 더욱 훑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희생자들 부검 결과는 1달이 지나서야 나왔다. 진상 규명은 그렇게 골든타임을 놓쳤다.
‘시체 팔이 하는 빨갱이’라는 등 2차 가해에도 유가족들은 꿋꿋이 버티고 있다. 5월 국회에서의 특별법 통과에 이어 9월 출범한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구성 등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위해서다. 고(故) 최다빈 씨 아버지 최현 씨는 “온갖 공격에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건 그저 ‘왜’라도 알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교구 정평위 위원장 김지훈 신부는 인사말에서 “2년 동안 길거리에서 투쟁을 이어오는 유가족들이 쓰라린 감정을 나누며 조금이라도 치유받길 바란다”며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우리도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자”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