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여행만 다니는 장소가 아니라, 신앙을 배우고 느끼는 장소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런 경험이 있다면 신앙의 위기가 찾아와도 제주도를 떠올릴 때마다 하느님께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인천교구 시흥 은계본당(주임 김용수 마태오 신부)은 이와 같은 취지로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3박4일간, 22개월 영유아부터 83세 노인까지 교우 180명이 함께 제주도 신앙여행을 다녀왔다. 영성 및 교리교육 측면이 배제된 술자리와 놀이로 변질되지 않도록 일정 기간 음주를 금지하고, 사진 촬영 및 연락 외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듯 여행은 본당의 배움과 성찰을 위한 ‘진지한 떠남’으로 마련됐다. 그를 위해 주임 김용수 신부가 전체 여행 프로그램을 짜고 본당 구성원들이 함께 기획·운영했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가 여행으로만 다녀가는 섬이 아니라 신앙을 발견하고 또 돈독히 하게 하는 섬이길 바란다”는 김 신부 의지가 컸다. 그렇게 ‘영포티’(젊게 살고자 하는 40대) 신자들을 주축으로 본당 교우 전체가 봉사자가 됐다.
제주도 여행에서 본당은 제주 경제생활과 근대 식물학에 업적을 남긴 에밀 타케 신부(Emile Joseph Taquet·1873~1952·한국 이름 엄택기) 발자취를 중심으로 그의 생태영성을 본받는활동을 펼쳤다. 수월봉 검은모래해변에서는 해안정화활동을 실시해 177개의 마대, 폐그물, 어구 등을 수거했다.
신자들은 또 타케 신부가 발견한 왕벚나무 자생지와 복원숲 등을 탐방하면서 생태교리를 이해하고, 제주도 곳곳에 숨겨진 타케 신부의 활동을 발견했다. 옛 홍로성당이자 감귤의 시원지인 면형의 집에서는 타케 신부의 감귤 보급과 관련된 흔적들, 그가 식물들을 채집하여 만든 표본 사진들을 보고 기도하는 시간을 보냈다.
하논성당 터에서는 ‘신축교안’(辛丑敎案) 이후 세워진 화해의 탑 앞에서 교회의 화해를 앎과 동시에 이웃, 자연과의 화해를 위해 고해성사를 했다. 신축교안은 1901년 제주도에서 벌어진 교회와 민중 사이 유혈 사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시돌 센터 성모 동산에서 거행된 토요일 밤 주일미사는 어린이와 부모들의 율동에 따라 전 신자가 함께 성가를 불렀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이번 여행이 신앙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함께 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구역 반 모임을 통해 신앙고백의 나눔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본당 교우의 일치를 강조했다.
“이제는 정말 귤만 봐도 하느님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온 가족이 여행에 함께한 정귀태(베드로) 씨는 “부모님께서 물려받은 천주교 신앙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계기가 됐다”며 “자신 또한 자녀들에게 신앙을 유산으로 남겨주려는 열망이 뚜렷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