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센터 인근에서 침묵 기도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그리스도교 신자인 영국인 애덤 스미스 코너씨가 심경을 밝혔다. 영국 본머스지방법원은 10월 16일 낙태센터 인근에서 기도하며 ‘공공장소 보호 명령(PSPO)’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스미스 코너씨에게 벌금 9000파운드(한화 약 1608만 원)와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영국과 유럽을 통틀어 한 개인의 생각을 법적으로 처벌한 첫 사상범죄 사례다.
참전 용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코너씨는 2022년 11월 낙태 시술을 제공하는 센터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몸을 반쯤 가리고, 머리를 숙인 채 두 손 모아 침묵으로 기도했다. 손팻말을 들거나 낙태 반대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판사는 “피고의 행동은 분명 다른 사람의 눈에 띄었을 것”이라며 “기도는 낙태센터 활동에 대한 비난과 같고, 이는 PSPO를 위반한 처사”라고 판시했다.
PSPO는 2022년 10월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해로운 지속적인 반사회적인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영국 내무부는 낙태센터로부터 492피트(150m) 이내를 공공장소로 지정해 그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PSPO에 의해 범죄로 규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은 의사 2명의 승인이 있으면 임신 24주차까지도 낙태가 가능해 유럽에서도 낙태를 가장 폭넓게 허용한 국가로 꼽힌다.
영국 가톨릭교회의 잉글랜드와 웨일스 주교회의(CBCEW)는 즉각 반발했다. CBCEW 생명위원회 위원장 존 셰링턴 주교는 “종교의 자유에는 증언·기도·자선 활동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개인의 사적인 신념을 드러낼 권리가 포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미스 코너씨는 “이 판결은 영국에 암울한 미래를 가져올 것이며,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알기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스미스 코너씨는 항소할 계획이다.
그에 대한 판결은 영국 사회에도 충격을 가져왔다. 영국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 UK)의 제레미아 이군누볼레 법률 고문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생각이 범죄가 된다면 낙태 논쟁에 있어 어느 편에 서든 모든 사람이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