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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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한강의 문장에서 만난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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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가 세상을 읽어가는 방법을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막 내려앉은 순간 눈송이는 차갑지 않았다. 거의 살갗에 닿지도 않았다. …손바닥이 연한 분홍빛으로 부푸는 동안, 내 열기를 빨아들인 눈이 세상에서 가장 연한 얼음이 되었다. 잊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부드러움을 잊지 않겠다.’ ( 작별하지 않는다. p 186 )


한 조각 눈을 우주인 듯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그 부드러움을 잊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 눈을 들여다보듯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이 되는 사람…


우리는 너를 이해한다고 하면서 네가 아닌 나의 방법으로, 나의 사랑으로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그러나 한강 작가는 안타까울 정도로 너의 삶에 들어가고 그 삶에 물들고 함께 아파하고 쓰러지기도 합니다. 사랑이 그러해야 함을 주님은 우리 되어 오셔서 온 생애를 통해 보여 주시고, 우리 곁에 지금도 계십니다. 사랑은 ‘내가’가 아니라, ‘네가’ 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의 사랑이 지나치지 않나? 걱정하고 판단합니다.


한강 작가의 글 속엔 사랑이 되신 예수님의 생애가 고스란히 보입니다. 예수님을 알지 못해도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인격은 이토록 아름다운 일이구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수술을 받거나 기적을 통해 태양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조차 십자가에 못 박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는 게 바빠 마음을 쓸 수 없었던 사람들, 몰라서 들여다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우리 안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지금 어떤 시대를 지나가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는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사람다움만 잃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좋지 아니한가? 생각합니다.


한강 작가는 말합니다. ‘고통이 아픔이 우리 가운데 이토록 가득한데 어쩌면 또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가 발 디디고 있는 삶의 자리는 그리스도의 제대인 것 같습니다. 기억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한강 작가의 글 속엔 바다처럼 흘러넘쳐 납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마음이 모두에게 가 닿기를 희망합니다. 한강 작가가 아프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사랑만으로 가득한 생을 하느님께서 함께하실 것이기에...


사랑은 너로 물들어 가는 일입니다.


글_권미향(베로니카·대구대교구 무태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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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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