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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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한 알의 모래

장현민 시몬(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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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누각(沙上樓閣)은 ‘모래 위에 쌓인 누각’을 의미하며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는 다른 의미로 사용해야 할 듯하다. 사실 우리는 모래로 만든 건물에서 생활하고 모래로 소통하며 모래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건물을 만들 때 쓰는 콘크리트와 유리, 도로를 포장하는 아스팔트 그리고 디지털 기기를 만드는 데 필수인 반도체까지 모두 모래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 삶 전체가 모래에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다만 모든 모래가 중요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모래를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질문을 거쳐야 한다. 모래 안에 함유된 물질은 무엇인지, 불순물은 없는지, 어디서 채취된 것인지, 주변에 어떤 물질이 있었는지 등 따져야 할 것이 한가득이다. 그럼에도 원하던 모래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다. 지구 상에 모래가 약 750경(京)개 존재한다지만 현대 국가들이 모래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모래를 찾는 과정은 교회의 시노드 여정과 닮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을 통해서 또 매체를 통해서 수많은 이야기와 주장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은 소수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 이야기인지 계속해서 들으며 질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사제의 말처럼 뒤돌아보며 성령께 ‘이것이 맞나요?’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답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와 교회를 바꿀 ‘한 알의 모래’를 찾는 과정은 이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모래알을 하나하나 고르는 과정을 거친 끝에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래들을 ‘식별’할 수 있었듯이, 우리 역시 성령의 인도 속에서 서로의 말을 경청한다면 결국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길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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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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