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이태원에서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는 매일 밤 현관 앞에 이불을 펴요. 혹시라도 딸이 문을 열고 들어올까 싶어서요. 저희 유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배상이나 보상이 아니라 재발 방지와 진상 규명입니다. 아이들이 그날 어떻게, 왜 하늘나라로 갔는지만 제대로 알려달라는 것뿐인데?. 정부는 저희를 적대시하고 외부인 취급을 하네요.”
10·29 이태원 참사로 애교 많고 효심 깊던 늦둥이 딸을 잃은 최현씨. 그는 10월 23일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지난 2년간의 아픈 기억과 간절한 소망을 토로했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신부)가 참사 2주기를 맞아 마련한 유가족 간담회에서다.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최씨의 딸 다빈씨는 단짝 친구 생일을 축하하러 이태원을 찾았다. 입사 2년차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다 오랜만에 짬을 낸 참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9시 58분 “이태원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다빈씨는 가족 곁을 떠났다.
실종 신고 후 밤을 지새운 최씨는 다음날에야 딸이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신이 거주지 일산과 거리가 먼, 아무 연고도 없는 의정부의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 부리나케 병원을 찾은 그는 경찰 제지로 포옹 한 번, 손 한 번 잡지 못한 채 딸 얼굴만 겨우 확인하고 쫓기듯 빠져나왔다.
최씨는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대처가 미숙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누구 책임인지 정부로부터 어떤 답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과연 정부가 얼마나 협조할지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뿐”이라며 “2주기가 되도록 딸의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해 명복을 빌 수도 없다”고 애통해했다. 그러면서 “부모로서 딸에게 하늘나라에서 기다려달라고 말할 낯이 없다”며 “부디 저희 아이들을 잊지 말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희생자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은 유가족의 찢긴 마음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고 채현인씨 어머니 강현순씨는 “부모 입장에서 가장 속상한 것은 희생자를 ‘놀기 좋아하는 이상한 애들’로 왜곡하는 댓글을 볼 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저희 아이도 간호사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자랑스러운 딸이었다”며 “다들 성실히 살던 중 잠깐 머리를 식히러 갔다 국가의 잘못된 대처로 목숨을 잃은 것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도 참여해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로 친척까지 잃었다는 김영주(세월호 일반인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10년간 투쟁해오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들다고 느꼈다”며 “내일을 위해 부디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전했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10월 2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미사를 거행하고, 오후 6시 34분(참사 당일 최초 112신고 시각)에 묵주 기도를 봉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