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부 산하 미성년자보호위원회가 10월 29일 창설 10년 만에 첫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교회는 성적 학대를 받은 이들에게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교회 지도자 일부는 그들이 돌봐야 할 아동을 유린했다”며 “물질적 배상을 넘어 공식적 사과와 희생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의 표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상 책임 범위가 보다 포괄적면서 표준화된 절차를 도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위원회에서도 내년에 발표될 보고서에 배상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위원회 의장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은 “그동안 교회가 해온 공허한 말에 피해자들은 지쳤다”며 “교회의 진실과 투명성·책임감만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아동 보호에 관한 법 개정과 피해자 중심 접근을 위해 교회 내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칠레 교회 내 성범죄 희생자이자 위원회 구성원인 후안 크루즈씨는 피해자의 정보 부재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교회가 사건 처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조차 몰라 2차 가해를 받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여전히 교회 안에 성범죄가 극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법 개정 등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사제 성범죄 추적 사이트 ‘Bishop Accountability’ 공동대표 앤 배럿 도일은 “여전히 교회 내 아이들이 성범죄를 당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보편 교회는 여전히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제의 복직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피해자들을 위한 교황청 옴부즈맨 제도 창설과 위법한 성직자 처벌 강화, 교황에게 아동보호 회칙 작성 요청들도 제안됐다.
위원회는 2014년 설립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22년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반포 이후 교황청 신앙교리부 산하로 편입됐다. 이번 첫 연례보고서에는 지난해 연간 현황 및 지역 교회 조사 결과, 교황청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