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 호소문’ 발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가 9월 10일 개최한 ‘제9회 인권생명평화기행’ 비무장지대(DMZ) 평화순례 참가자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가톨릭평화신문DB
한반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5일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물리적인 힘이 아닌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현재 대결 국면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원장 김주영 주교를 비롯한 위원 주교단은 호소문에서 “한국 교회는 한반도의 긴장을 예의주시하고 이 땅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소식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기 지원에 세상이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를 적대하는 오물 풍선이 난무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확성기 소리에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위원회는 남북 지도자와 정치인·정책 결정자들에게는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전쟁의 참극이 일으키는 고통을 자기 자신의 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롭게 뽑히는 미국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남과 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가 복원될 수 있도록 미국을 포함한 한반도 관련국들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평화의 사명을 지닌 신앙인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모든 이를 향해서도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충돌은 피해야 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우리 모두 촉구하자”고 당부했다.
위원회는 “지금 평화를 희망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는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서 “이 희망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를 주며, 갈등의 순간에도 사랑과 화해의 길을 선택하게 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