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교구장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이 일본 정부에 원폭 희생자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실에 영감을 받아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임명됐다.
기쿠치 추기경은 10월 30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핵무기 철폐를 위해 다른 나라들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니혼 히단쿄의 노력을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니혼 히단쿄(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1958년 설립됐다.
기쿠치 추기경은 앞으로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지 “일본은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유엔 주도 아래 핵무기의 완전한 철폐를 목표로 핵무기의 포괄적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73개 국가가 가입했으며, 바티칸 시국은 이 조약에 가입한 첫 번째 나라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은 대부분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일본 가톨릭교회는 매년 8월 평화를 위한 10일 기도회 기간 동안 핵무기 철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기도회는 히로시아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8월 6일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일인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기쿠치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1년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평화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면서 “이 10일 동안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가사키대교구와 히로시마교구는 물론 일본의 모든 가톨릭 공동체가 핵무기 철폐는 물론 평화 구축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일본교회는 일본과 한국,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포럼을 열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화해를 요청하는 ‘나가사키 평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나가사키 평화 포럼’에는 일본과 한국, 미국의 주교뿐만 아니라 청년 40여 명이 참가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일본교회는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의 지도자들에게 핵무기를 철폐해 영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도록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