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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구’ 수녀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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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할례. 아직도 아프리카에서는 부족 문화에 따라 성인식을 빙자한 나이가 어린 남자아이들의 할례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의 할례가 부족 문화 속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많이 놀랐다.


탄자니아로 파견된 우리 공동체의 한 수녀가 휴가를 나왔다. 가끔 탄자니아 상황을 이메일로 전해주곤 했는데 마주 앉아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탄자니아의 8세에서 15세 여자아이들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함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탄자니아 마산가(Masanga) 마을에 수도회 공동체가 있고 무소마교구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케냐국경선에서 8km,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2시간 떨어진 쿠랴(Kurya) 부족이 주를 이루고 사는 농촌이다. 이 마을에서 피부색이 다른 유일한 사람, 탄자니아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이 수녀를 무중구(백인을 일컫는 말)라고 부른다.


선교활동 중에 만난 레베라(가명)는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 친구이다. 레베라는 여자아이들의 할례거부를 위한 활동을 하는 공동체 기숙사에 머물고 있다. 겨우 11살인데 학교에 가본 적이 없어서, 스와힐리어(탄자니아 공통어) 말은 할 줄 알지만 글을 읽고 쓰기는 아직 어렵다. 선교사로서 낯선 환경에 익숙해질 무렵 레베라가 왜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학교도 가지 못하고 센터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마산가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성인식인 할례를 통과하는 것이 결혼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며 학교의 방학이 시작하는 12월 첫 주부터 1월 마지막 주까지 남녀 아이들의 성인식을 마을의 큰 축제로 지낸다. 레베라의 할머니, 어머니, 이모, 사촌언니 그리고 동네 언니들도 모두 이 일을 겪었다. 그들은 이런 성인식에 참여하는 어린아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딸에게, 손녀에게, 조카에게 성인식을 강요한다. 레베라는 이것에 대한 두려움에 ‘할례거부 운동 센터’ 기숙사로 용기 있게 도망 아닌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일부를 거부한다는 것은 탄자니아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서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선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족과 친지를 피해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무작정 집을 나온 것이다. 그런 그를 수녀들은 따뜻하게 품어준 것이다.


현재 기숙사에는 다양한 사례, 할례거부 외에도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으로 가출한 여학생 40여 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레베라는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글을 깨우쳐 가고 있는 중에도 마음이 우울해지면 할머니 집에 가고 싶다고 매일 매일 보챈다. 하지만 할머니를 보러 갈 수 없다는 것을 리베라는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더 아프다. 할머니의 집은 기숙사로부터 걸어서 30분 정도인데 그 길을 걸어가는 길목에서 혹시라도 만날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로 인해 끌려가서 억지로 할례를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할례가 그들에게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풍습과 일종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다움을 살아가는 최소한의 자기결정이 전통적 풍습이라는 이름으로 선택권이 용인되지 않으며 무시되고 있다.


마을 안에서 언제 할례를 받을지 모르는 아이들이 맑은 눈으로 크게 웃으며 뛰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길 무중구 수녀는 간절히 바란다. 탄자니아 정부는 할례를 법으로는 금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법을 거슬러 반인권적 할례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감은 눈을 크게 떠야겠다. 그리고 할례 예방 교육을 통해 국민의 인식을 바꾸고 이런 악습을 끊어내려는 노력이 과감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_강성숙 레지나 수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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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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